이솝우화에 한 가난한 소년의 이야기가 있다. 소년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수백 개의 달걀을 샀다. 그리고 배를 타고 카이로로 향했다. 소년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면서 누워서 즐거운 마음으로 공상(空想)에 잠겼다. “카이로 시장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달걀을 팔아야지. 그리고 남은 돈으로 좋은 옷감을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거야. 그럼 사람들이 몰려들어 그 옷감을 사겠지. 옷감을 판돈으로 빚을 갚고, 나머지 돈으로 암양 한 마리를 사야겠어. 양을 잘 기르면 새끼 양을 적어도 두 마리는 낳게 될거야. 그럼 그 암양과 새끼 양을 팔아 암소 한 마리를 사야지. 암소가 송아지를 낳은 다음, 그 두 마리를 팔면 하인을 고용할 만큼 큰 돈이 생길 거야. 그럼 나도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이리 와라! 저기 가라! 하며 부려먹을 수 있겠지. 그 하인이 말을 안 들으면, 엉덩이를 걷어차 줄거야. 그래, 이렇게…” 공상에 사로잡힌 소년은 하인의 엉덩이를 걷어차는 흉내를 내다가 그만 달걀이 든 바구니를 걷어차고 말았다. 바구니는 나일강으로 풍덩 빠지고, 달걀은 소년의 꿈과 함께 산산이 부서지고 강물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무슨 일이든 말이 많고, 공상만 일삼는 사람에게는 복잡한 혼란(混亂)과 허상(虛想)만 있을 뿐이다. 우리는 흔히 공부하는 것, 농사짓는 것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말한다. 애쓴 만큼 거둔다는 말이지 않는가! 땀 흘린 만큼 열매를 맺는다는 말이다. 꿈과 비전은 말과 공상으로 꽃 피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인내와 땀 흘림이라는 충성됨”으로 열어가는 것이다. 우리는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이제 제법 시원해지는 가을 입구에 서 있다. 내 인생을 돌아보고, 주변을 돌아보며 이 가을에 수확할 열매가 있는지, 내가 잘못된 길에서, 공상만 일삼으며 서 있지는 않은지 살펴야 한다. 특히 우리 땅에서 함양산삼 항노화엑스포(9/10~10/10), 세계인의 축제가 개막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19(COVID-19)로 한 차례 연기되는 우여곡절(迂餘曲折)을 겪었지만 그만큼 조직력도, 위기 대응력도, 견실해졌다. 함양이 소멸위기라는 언덕을 넘어 새로운 대안사회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임이 분명하다. 필자가 섬기는 늘푸른 공동체는 세계 프랑스, 캐나다, 덴마크, 호주를 비롯해 전국에 흩어진 옛 이웃들과 이곳에서 성장하여 지금은 청년이 된 다음세대를 역추적(逆追跡)하였다. 그리고 함양의 연결고리들을 다시 연결하는 작업을 지난 1년 6개월 동안 진행해 왔다. 드디어 지난 8월, 미리 구입한 엑스포 입장권(ticket)과 “함양愛 엄마 있다” 프로젝트(project)관련 자료들, 마음을 움직이는 편지글, 감동과 눈물이 담긴 책자(강현관, 「다볕골 이 사람」, 좋은땅, 2019.)를 정성껏 포장하여 소포로 발송하였다. 그동안 단절된 관심과 관계가 다시 소통하기 시작했다. 고향을 찾고자하는 마음이 돌아오고 있다. 행복한 축제다. 혹 필요할 수 있을 숙소 제공을 위한 편의시설과 작은 답례선물도 준비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늘푸른 가족들은 축제기간 동안 운영위원회 도우미로 발 벗고 나선다. 우리의 작은 몸짓이 공상의 허상을 멀리 달아나게 하는 큰 바람이 되기를 희망한다. 허상(虛想)을 걷어내야 실상(實相)이 보인다. 지금껏 수고와 땀을 뿌린 군·읍·면 관계자들과 진행위원회, 투자한 물질과 이런저런 준비들이 새로운 시대를 여는 촉진제가 되기를 바란다. 코로나19가 이제 일상이 되는 뉴노멀(New Normal)시대를 향하며 지역축제의 형태와 방역을 모두 잡는 표본적 모델(model)로 자리 잡길 소망한다. 시작이다. 이제는 말(言)로서 준비하고, 공상(空想)으로서 진행되는 축제가 아닌, 온 군민이 자신의 자리에서 미소와 봉사로 땀 흘려야할 때다. 내가 한 번 더 웃고, 내가 한 번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바야흐로 허상을 걷어내고 실상을 향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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