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오래 전에 읽었는데, 최근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하고 나서 이 책이 문득 생각났다. 왜냐면 이 책이야말로 아프간의 근대사를 잘 설명해주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호세이니의 첫번째 소설 ‘연을 날리는 아이’는 두 남자가 주인공이고,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두 여자가 주인공이다. 작금의 아프간을 이해하는데 이 두 권의 소설보다 더 적당한 책은 없을 것이다. 아름답고 강렬하고 감동적인 소설이다. 책장 한 켠에 잠자던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찾아 먼지를 털고 뒤적여보니 2009년 판이다. 재밌거나 감동적인 책은 두 번 세 번 읽기도 하지만 이 책은 한 번 읽는 것으로 충분했다. 너무 가슴 아픈 이야기여서 두 번 읽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탈레반이 다시 장악한 아프간의 상황이 급변하는 것을 보고 예전에 읽었던 기억을 되살리며 다시 밤새워 읽어보는데 눈물이 났다. 소설이지만 내용은 실제 아프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고 앞으로 탈레반 치하에서 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 20년 만에 정권을 재 접수한 탈레반이 이번에는 여성의 자유를 (이슬람 율법 하에서) 존중하겠다고 유화적인(정치적인) 성명을 내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이제 또 다시 아프간 여성들이 전신을 가리고 망사그물 틈으로 바깥을 보는 부르카를 다시 입게 될까? (지금 아프간에는 부르카 가격이 10배로 올랐고 구할 수도 없다고 한다.) 남자를 대동하지 않고 밖에 나갔다가 탈레반에게 걸려 구타를 당하게 될까? 화장을 했다고 매를 맞게 될까?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소설속의 주인공처럼 짐승 같은 대접을 받으며 살아가게 될까? 천 개의 태양은 어둠속으로 영영 사라지고 마는 걸까?일부 용감한 아프간 여성들이 탈레반에 맞서 인권 시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미얀마처럼 군부 쿠데타 정권 물러나라는 시위가 아니고 단지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요구일 뿐이지만 목숨을 걸고 하는 시위다. 안타깝지만 인권 시위하는 아프간 여성들은 미얀마 정권타도 시위하는 사람들보다 더 큰 희생을 당할 것이다. 과거 한국정부에 협조해서 위험에 빠진 아프간인 391명이 우리 정부의 도움으로 아프간을 탈출하여 한국으로 입국한다는 속보가 올라왔다. 아프간인의 출국을 막지 않겠다던 탈레반이 갑자기 마음을 바꾸어 자국민의 출국을 금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 직전 가까스로 공항에 들어왔다고 하니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아프간 상황이 정말 걱정된다. 아프간 난민을 종교가 같은 인접 이슬람 국가에서 받지 왜 멀리 떨어진 우리까지 받아야 하느냐고 불만인 사람이 있으면 나는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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