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고양이 이름으로 ‘모시’는 어떨까? 산책 중 엄천강변 길에서 데려온 어린 길냥이를 ‘모시’라고 불러주며 문득 예전에 감명 깊게 읽었던 소설 <이름 뒤에 숨은 사랑>을 떠올렸다. <이름 뒤에 숨은 사랑>은 줌파 라히리의 데뷔작인데 주인공 이름이 고골리다. 러시아 작가의 이름을 딴 것이다. 소설 속의 고골리는 인도계 미국인인데 러시아 작가를 좋아한 부모가 엉뚱한 이름을 지어준 것이다. (소설을 읽은 지가 오래되어 정확한 기억이 아닐 수가 있다. 요즘 기억력이 많이 떨어져 예전에 읽은 책이나 영화 내용이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럼에도 ‘이름 뒤에 숨은 사랑’은 감동이 컸던 소설이었고 재밌어서 한 번 더 읽었기에 큰 줄거리는 대충 기억이 난다.) 어쨌든 어릴 때는 멋모르고 주어진 이름을 좋아했지만 자라면서 고골리는 이름 때문에 친구들의 놀림을 받고 자기 이름이 싫어져 혼란을 겪는데 결국에는 스스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길냥이 이름을 지어주는데 왜 <이름 뒤에 숨은 사랑>이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모시’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모시’는 지난 달 출판된 <고양이를 모시게 되었습니다>에서 따온 이름이다. <고양이를 모시게 되었습니다>의 등장 묘물은 수리, 서리, 꼬리다. 수리는 마당냥이고 수컷이다. 밥만 먹으러 오는 서리, 꼬리도 모두 수코양이지만 ‘모시’는 암컷으로 확인되었기에 이름이 제법 어울리는 것 같다. 참고로 어린 냥이는 암수구별이 쉽지가 않다. 2년 전 2개월령 쯤 되어 보이는 수리를 데려왔을 때 암컷인 줄 알았는데, 동물병원에 데려가니 3개월짜리 수컷이라고 해서 놀랐다. 보통 사람들은 고양이의 뒷조사를 하는 것만으로 암수 판별이 쉽지 않다. ‘모시’는 비록 길에서 만났지만 우리 가족과 인연이 닿았고 잘 ‘모시’겠다는 뜻으로 이름을 지어줬다. 이름 뒤에 사랑이 숨어있는 이름인 것이다. 하지만 ‘모시’의 이름이 ‘모시’인 이유를 말하면서 은근슬쩍 최근에 낸 책을 홍보하고 싶은 속마음도 반영되어있음을 고백해야겠다. 수리 역시 산책길에 만난 묘연인데, 처음 데려와서 밥을 먹이고 재운 종이상자에 수리취떡이라는 상표를 보고 지어준 이름이다. 서리는 수리 밥만 서리해먹고 사라진다고 해서 붙여준 이름이고, 꼬리는 서리 꼬리를 잡고 왔다고 붙여준 이름이다. 수리 꼬리는 그런대로 괜찮은 이름이지만 서리에게는 좀 미안하다. 서리는 더 이상 서리해먹지 않고 하루 두 세 번 “나 왔으니 얼릉 내 놓으시라~ 야옹~” 하고는 내어주는 사료를 당당하게 먹고 가기에 그렇다. 모시모시? 삼베삼베? 나는 요즘 모시를 부르며 이렇게 놀려 먹는다. 모시를 데려왔을 때 도쿄 올림픽이 한창일 때여서 그런지 모시를 부를 때 모시모시~ 하고 부르게 된다. 그리고 삼베삼베 하며 큭큭 웃는다. 처음 모시를 데려왔을 때 혹여 수리, 서리, 꼬리가 해코지를 하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다행히 그러지는 않았고 오히려 우스꽝스러운 광경이 펼쳐졌다. 마당에서 수컷 세 마리가 밥을 먹고 있는 것을 본 모시가 겁도 없이 깡총깡총 뛰어갔는데 이것을 본 덩치 큰 수코양이 세 마리가 하나같이 후다닥 피했다. 수리는 데크 난간 위로 뛰어 올라갔고 꼬리는 순식간에 담장너머로 꼬리를 감추었다. 다만 용감한 서리만 슬금슬금 뒷걸음치다가 모시가 계속 다가가니 앞발을 들어 가볍게 한방 먹였다. (야~ 너 뭐야~ 다가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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