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그녀를 처음 본 날은 원데이클래스에서다. 수를 놓아 행주를 만들었다. 처음 수를 놓았으니 행주 천의 꽃은 온통 울퉁불퉁했다. 투박하여도 꽃을 수놓은 그것을 행주로 쓰긴 아까워 며칠을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흘러 백전면 그녀의 집에 차려진 ‘혜숙이네 자수제작소’를 방문했다. 어릴 때부터 바느질, 뜨개질을 좋아했던 그녀는 미싱에도 관심이 많았다. 퀼트까지 섭렵했던 그녀의 관심을 끈 것은 수를 놓는 것. 그것도 광목천에 수를 놓는 것이었다. “바느질을 하다보면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 순간이 와요. 광목에 수를 놓고 싶은데 배울 곳이 없었죠. 어느 날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광목쟁이여우비를 알게 됐죠” 친구신청을 하고 전시회가 열린다는 광주로 달려갔다. 전시회를 본 후 더 반해버린 그녀는 배움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함양에서 광주로 향했다. 광목에 수를 놓을 때는 수틀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힘 조절이 중요하다. 실을 너무 당기면 천이 울고 느슨하면 실이 뜬다. 광목쟁이여우비는 도안을 그려주는 화가가 있으며 누빔 해 주는 선생도 있다. 화가가 직접 그려준 도안은 직선이 없다. 선이 예쁘고 아름답다. 도안에 수를 놓기만 하면 바느질부터 누빔까지 하여 완제품이 나온다. 광목에 수를 놓아 누비면 짱짱하고 변형이 없어서 세탁기에 돌리거나 삶아도 된다. 쿠션부터 보료, 이불, 커튼도 만든다. “프랑스 자수와 동양자수를 접목했다고 할 수 있어요. 생활자수라고 할 수 있죠. 프랑스 자수는 꽃잎이 작은 반면 동양자수는 큰 꽃을 놓고 꽃잎을 채우지요. 아우트라인스티치도 방향이 달라요. 프랑스 자수는 왼쪽에서 오른쪽, 우리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죠” 광목쟁이여우비 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그녀는 매년 전시회를 가졌지만 코로나이후로는 전시회가 중단됐다. “작품은 틈틈이 만들고 예전부터 해 오던 수업은 계속하고 있어요” 그녀는 전주로 수업을 나가고 최근에는 함양여자중학교 방과후 수업도 진행했다. 첫 수를 놓는 사람은 헤드쿠션을 만든다. 코스모스가 그려진 헤드쿠션이 가장 기초다. 처음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하며 걱정하지만 그녀는 수놓기가 결코 어려운 게 아니라고 말했다. 솜씨 좋은 그녀에겐 쉬운 일이겠으나 왕초보자에겐 한 땀 한 땀이 가슴 떨린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연습천, 그녀는 지금도 연습천을 가지고 다니면서 새로운 작품이나 꽃을 수놓을 땐 연습천을 사용한다고 했다. “오늘 수 놓은 것과 어제 수 놓은 게 다를 때가 있긴 하죠. 그 단계를 뛰어넘어야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고요. 그럴 땐 연습천을 사용하고 그래도 마음에 안들면 뜯고 다시 시작하면 되죠” 수를 놓는다. 이 고상한 취미는 집중력 향상에 최고다. 집중을 하다 보니 상념도 사라지고 잡스러운 생각도 없어진다. 손을 쓰니 치매예방도 된다. 여러모로 이득이 많은 취미인데 너무 집중하다 보면 날 새는 줄 모른다는 게 단점이다. “그래서 제 작업시간은 항상 밤12시엔 끝이 나요. 시간을 정해서 하는 게 중요해요. 오늘만 하고 끝낼게 아니니까요” 그녀는 수놓기를 어른들의 취미가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매우 유익한 취미가 된다고 했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잘해요. 여섯 살이던 손녀도 곧잘 하더라구요. 바늘에 찔리는 경우도 극히 드물지만 그래도 바늘은 위험하니 옆에서 잘 지켜보기만 하면 된답니다” 오랜 세월동안 그녀는 실과 바늘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경험했다. 그녀의 손 끝에 자연스레 자리를 튼 실과 바늘. 이제 그 종착역에서 그녀는 옷을 만든다. 직접 만든 옷 위에 수를 놓아 나를 위한 작품에 도전하는 그녀. 밤12시가 될 때까지 ‘혜숙이네 자수제작소’는 등불이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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