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가을입니다. 입춘을 노래한 지가 엊그제인데 벌써 가을을 맞이합니다.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는 입추가 문턱을 넘었습니다. 이번 가을에 해야 할 것을 생각하니 주자의 시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젊은 날은 빨리 지나가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나니/짧고 짧은 시간일지라도 가벼이 여기지 말아라/연못가의 봄풀이 채 꿈을 깨기도 전에 섬돌 앞 오동잎은 이미 가을 소리로구나” 책 읽을 시간도 없이 세월은 빠르고 계절은 빨리 돌아옵니다. 책을 읽는 것은 사회 계층을 안정시키고 미래로 나아가는 나침판과 같습니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한 불안한 우리 사회를 안정시키려면 내공이 필요합니다. 책은 훈련과 경험을 직간접으로 습득하는 수단이요 기운입니다. 그런데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조사한 국민 독서실태를 보면 연간 독서율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성인들의 평일에 독서 시간은 평균 31.8분에 불과하며 책 읽는 것도 양극화 현상이 있어서 많이 읽는 사람은 더 많이 읽고 적게 읽는 사람은 갈수록 적게 읽었습니다. 책 읽는 것이 어려운 이유로는 성인은 책 이외의 다른 콘텐츠를 주로 이용하고 학생은 학교나 학원 때문에 시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책은 일반 공산품과는 다른 문화상품입니다. 책은 돈으로 살 수 있지만, 그 가치는 돈으로 살 수 없기에 접근하는 방법이 달라야 하고 우리 지역의 문화 수준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도 합니다. 조선 말기의 실학자이며 서화가인 추사 김정희는 “가슴 속에 만권의 책이 들어 있어야 그것이 흘러넘쳐서 그림과 글씨가 된다”고 했습니다. 이는 찬란한 문화창달이 무엇으로 이루어지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가르침입니다. 세계 억만장자 순위 1위에 올랐던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만들어 준 것은 조국도 어머니도 아닌 동네의 작은 도서관이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가 젊은 시절의 방황을 멈추게 한 계기는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을 찾아가 창의력과 상상력을 갖게 되면서였고, 어느 날 받은 영감으로 창업하여 세계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기업을 이루었습니다. 정부는 이제 다섯 번째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 합니다. 어떻게 지급하느냐를 결정하는데 시간과 관심이 많이 지났습니다. 재난을 이겨내는 게 돈뿐이겠습니까? 돈과 함께 책도 주는 어른이 없는 게 아쉽습니다. 현재를 살기 위해서는 과거를 알아야 하기에 박물관에 가고, 미래를 설계하려면 도서관에 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핵심이 되는 생각과 현상을 조절해나가는 컨트롤타워 즉 도서관다운 도서관이 필요합니다. 함양군에는 1963년 개관한 도서관이 있습니다. 사용자 불편함이 제기되고 시설, 예산, 편리성이 열악합니다. 지난해 함양복합문화도서관 건립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용역 최종보고회를 했고 4곳의 후보지를 선정한 상태입니다. 다양한 편의시설이나 도서관 시설과 문화시설을 함께 갖춘 복합도서관 형태로 지으려는 취지라면 이용하는 사람 중심의 시설과 도서관의 생명인 장서의 보유계획이 있어야 미래 100년을 바라본다고 봅니다. 도서관은 지식에너지를 미래로 전환하는 댐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하버드대학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1985만 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고, 1638년 존 하버드가 책 330권을 기증하므로 도서관이 만들어지며 출발한 학교입니다. 도서관은 최고의 지식을 담고 있는 유형의 보물창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날의 하버드대학교가 존재하는 것은 훌륭한 교수나 똑똑한 학생보다도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은 도서관과 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도서관은 세계의 위대한 사상가, 지도자, 문학인, 정치인, 경제인, 예술인들은 물론 여러 학자와 천재를 만나 그들의 생각과 체험을 듣고 교감하는 광장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도시가 학교, 경찰서, 소방서와 함께 도서관을 우선 조성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것을 보면 도서관은 학생들은 물론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시 한복판에 위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도서관은 진정한 삶이 시작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지리산 아래 청정 함양군은 햇살이 따뜻하고 재해가 적으며 좋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입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앞서가는 도서관의 재창조는 우리가 이 시대를 살면서 후대에 남겨야 할 가장 가치 있는 것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대답이요 사명입니다. 가을, 독서의 계절입니다. 우리나라 성인의 40%는 1년 동안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합니다. 문득, 어떤 방송사의 프로그램에서 한 말이 떠오릅니다. “평생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 가장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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