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버스는 고맙기도 때론 원망스럽기도 하다. 비가 오나 눈이오나 약속을 지키며 시골마을까지 와 주니 고맙고 버스를 놓치면 다음 차가 올 때까지 한 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하니 원망스럽다. 함양읍에 살면서 백전면에 매일 가야 할 일이 생겼다. 출근시간, 백전면사무소로 향하는 시골버스는 승객이 두 세 명이 고작이다. 어느 날 퇴근 시간이 늦어 집에 가는 버스를 놓쳤다. 한 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하니 산책에 나섰다가 만난 백화상회. 백화상회 어르신은 평생 이곳에 사시며 가게를 운영했던 모양이다. 문이 닫힌 백화상회에는 추억을 함께 해 온 동네분들과 고객에게 작별 인사를 전하는 고 하옥선 어르신의 자녀가 남긴 메시지가 걸려있다. 남겨진 글만 보아도 어르신이 자녀를 잘 키우셨다는 걸 알 수 있다. 내가 살아온 나이만큼 이곳을 지키며 버스표를 팔았던 동네 구멍가게. 자녀분이 적어 놓은 문구가 마음을 울린다. 훗날 내가 살아온 삶의 결론에는 어떤 메시지가 남겨질까.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