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한지 벌써 35년이 지났습니다.어제 총동창회에서 동창명부를 보내왔기에 새록새록 떠오르는 추억을 되새기며 책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10반 60명씩이었으니 한 학년에 600명씩 다니던 학교였습니다. 또 중·고등학교인지라 월요일 아침조례를 할라치면 학교 운동장에 모이는 학생들만도 약 3,600명 이상이 되는 학교였습니다. 워낙 학생이 많아서 일일이 다 기억을 하지는 못해도 같은 반이었거나 조금 튀는 친구들 그리고 교내 활동 등을 통해서 친분이 있었던 선·후배들은 35년이 지난 지금도 약간의 아련한 기억이 남아있습니다.사람이 많다보니 별의별 친구들도 다 있었습니다. 그 당시는 어린 나이였음에도 인간이 되겠나 싶은 친구들도 있었지만 한 세대가 훌쩍 지난 지금에 와서 동창회 명부를 보니 모범생이었던 친구들 보다 오히려 그러한 친구들이 어엿한 기업의 대표로, 굴지 기업의 임원으로 자리를 잡고 국가와 이웃에 기여를 하며 사는 것을 보니 사람인생 참으로 모르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몇몇 친구에게 35년 만에 전화를 해 보았습니다. 금방 기억을 하는 친구가 있는 반면 이런저런 설명 끝에 맞장구를 치는 친구들까지 참으로 오랜만에 짧은 소회를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학교 폭력이니 왕따니 체벌이니 하는 등등의 문제가 그 때는 없었겠습니까? 선·후배간의 위계질서의 엄격함은 당연한 일이었고 선생님들에게 말대꾸는 고사하고 체벌의 수준을 넘어선 훈계도 다반사였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모두들 이런저런 추억들을 밑거름 삼아 참 잘살아왔고 잘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현재를 살고 있는 요즘 아이들의 일상을 돌아봅니다. 아동의 권리, 자유, 인권 등등에 모든 것이 가리워지다 보니 책임과 의무는 오간데 없는 참 각박하다 못해 살벌하기 까지 한 시간들을 서로에게 경험치로 채워가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양육한다는 사람이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을 하고 있다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그렇기에 이러한 생각을 하고 이러한 걱정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비단 이런 걱정을 하시는 분들이 저 뿐만은 아닐 듯합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아동 청소년들의 30년 후를 상상해 봅니다. 사람의 일인지라 뭐라 단정할 수는 없어도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뭔지 모를 걱정이 앞서고 한 숨이 절로 나옵니다.이러한 세태 또한 현실이기에 받아들여야 하고 또 지나가고 새로운 것이 오겠지만 세태를 빌미 삼아 어른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아이들에 대해 너무 쉽게 단정하고 섣불리 선을 긋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자기결정권이라는 명제에 숨어 수수방관하는 자세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어쩌면 어른이라는 이름값 덕에 또다시 실망하고 좌절하겠지만 그래도 아이들, 그들의 무한한 가능성에 또다시 희망이라는 것을 걸어봅니다. 인생지사는 새옹지마의 불가지지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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