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영화 ‘대장 김창수’라는 영화를 아시는 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 영화의 홍보 과정에서 생긴 논란을 안다면 더 효과적으로 이 기사를 읽을 수 있으니 유념해두시길 바란다. ‘대장 김창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김창수라는 이름을 가졌던 임시정부 주석 김구의 치하포 사건과 그로 인한 수감, 그리고 탈옥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시놉시스부터 논란에 시달렸다. 이유는 “나는 그 날 짐승 한 마리를 죽였을 뿐이다”라는 첫 홍보 문구에서부터 나온다. 저기서 말하는 짐승 한 마리는 바로 김구가 실제 역사에서 죽였던 일본인 쓰치다 조스케를 뜻한다. 그렇다, 백범일지에 명성황후 시해범 중 하나로 소개된 그 사람이다. 그러므로 쓰치다에 대해서 나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라? 명성황후 시해범에게 저 정도 표현은 괜찮지 않나?’라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나는 이 기사를 쓴 의도를 확실히 말하고 싶다. 영웅 ‘김구’가 나쁜 국모 시해범 ‘쓰치다’를 정의의 이름으로 처단했다, 라는 식의 인식은 모두 왜곡된 사실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이 많으나 애석하게도 기사는 돋움체가 되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강조할 구문을 각각 분리하여 보여주도록 하겠다.
1. 김구가 쓰치다를 죽인 이유는 그가 ‘명성황후 시해범’인 것 같아서, 즉 김구는 물질적 증거 그런 건 집어치우고 순전히 심증에서 우러나온 비논리적 행위를 자행했다.2. 쓰치다가 중위라는 기록은 백범일지에만 있는데, 백범일지의 또 다른 기록에서 ‘나는 왜놈의 소지품을 뒤지게 하였다. 소지품을 조사해 보니 왜놈의 이름은 쓰치다 조로이고 직위는 육군 중위이고 엽전이 800냥 있었다’ 라는 구절로 보아 상인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며, 적어도 군인이나 을미사변의 관계자는 아니라는 것은 이미 오래전에 입증된 사실이다. 게다가 상식적으로 군인이면 저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다닐 리가 없다.3. 결정적으로, 사건 이후 김구의 진술 기록을 보면 횡설수설하며 진술 내용을 계속 바꾼 정황이 보인다. 1차 신문에서는 발로 차고 돌로 때렸다고 2차에서는 처음은 돌로 때리고 다시 나무로 때리자 그가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 도망하기에 강변까지 쫓아 따라가서 몽둥이로 거듭 구타하여 죽였다. 3차에서는 자신이 돌을 던져 쓰러뜨린 후 모든 투숙객이 분격하여 함께 찔러 죽였다고 하였다.
혹자는 ‘쓰치다는 조선인으로 변장했는데, 무고한 민간인이라면 어째서 조선인으로 변장한건가요?’ 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생각해보자, 당시는 을미사변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고, 국모를 죽인 나라의 백성(일본인)에 대한 당시 조선 백성들의 반감은 극에 달해 있었다. 이 험악한 분위기에서 일본인이라는 걸 대놓고 드러내며 활개치는 건, 특히 깊은 산골에서 그러는 것은 ‘나 죽고 싶어 환장했어요’라고 광고하는 꼴 밖에 되지 않았다.
결론을 내리자면, 치하포 사건은 정황과 여러 자료의 교차검증을 통해 이미 ‘김구가 심증만으로 일본 민간인을 죽인 사적재재’라는 것이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럼에도 이를 밝히거나 인정하지 않고 교과서에서 슬그머니 빼는 수준에서 그치는 한국 사학계의 행태에, 우리는 지금 일본에게 역사 왜곡 운운하며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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