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시절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 “어머니는 꿈이 뭐예요?”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들의 질문에 곧바로 대답했다. “어머니의 꿈은 우리 혁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아주 많았단다. 하지만 지금 어머니의 꿈은 혁이가 건강하게 자라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거란다” 이 말에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가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어떤 부모가 자녀의 성공을 바라지 않겠는가? 그래서 아무리 가난한 살림살이에도 자식의 성공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어 가며 공부시키려고 했던 우리 조상들이 아닌가? 이렇듯 자녀를 위한 뜨거운 교육열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아니, 어쩌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낮은 출산율로 인하여 내 아이에 대한 기대치가 더욱 높아져 오히려 지금 이 시대의 교육열의 열기가 더 뜨거울지도 모른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지나친 관심과 자녀를 위한 헌신적인 사랑은 곧 우리 아이들을 시간의 노예로 만든다. 심지어는 직장에 다니는 성인들보다도 더 바쁠 정도로 시간에 쫓기며 시간의 노예가 되어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아주 숨 가쁘게 옮겨 다닌다. 그렇다고 모든 아이가 학업에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오는가? 그렇지도 않다.
공부는 집짓기와 마찬가지이다. 기초 공사가 튼튼해야 건물이 높이 올라갈 수 있듯이 공부도 기초 학습이 탄탄해야 눈에 띄는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부모들은 학원에만 보내면 공부를 잘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다. 만국 공통의 기초 학력은 읽기, 쓰기, 셈하기이다. 그래서 세계 모든 나라는 자국민의 기초 학력을 몇 년에 한 번씩 검사하여 기초 학력의 수치가 낮게 나오면 큰일 났다며 교육 개혁을 서두른다. 특히 읽기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바로 학습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 전체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아무리 다른 과목을 많이 가르쳐 보아야 받아들이지를 못하는 데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는 소귀에 경 읽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마찬가지이다.
“자식에게 물고기를 잡아주면 한 끼의 식사를 제공해 주는 것이지만,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 평생의 식사를 해결해 주는 것이다”
유대인의 경전 <탈무드>에 나오는 이 말은 아이에게 결과를 알려주기보다 결과에 이를 수 있는 과정을 가르쳐 주라는 교훈이다. 아이들의 머릿속에 지식을 넣어주지 말고 지식을 얻는 방법을 가르쳐 주라는 의미가 된다. 여기에서 지식을 얻는 방법이란 생각하는 능력, 곧 사고력이다. 사고력은 생활에서 겪는 모든 경험으로부터 길러지게 된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우리는 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나 요즘에는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들로 인해 아이들은 물론 성인들도 글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영상은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지만, 글은 읽는 과정에서 나의 모든 사고력이 동원되지 않으면 내용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자녀가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으로 성장하여 자신의 꿈을 이루고, 자녀의 성공이 곧 부모의 꿈이 되길 원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우리 아이 기초 학습을 다시 재정비해야 한다. 시험을 위한 문제집만 다루는 교육, 눈에 보이는 건물을 올리기에 급급하기보다는 읽기를 통해 이해력과 사고력을 높이는 기초 공사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글만 읽는 음독이 아닌 어떤 내용인지를 알고 기존의 지식이나 정보, 경험과 함께 나의 새로운 배경 지식으로 저장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누구나 검색만 하면 알 수 있는 지식을 가르치기보다 하나를 제대로 알고 그것을 토대로 새로운 생각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창의적이고 지혜로운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중한 내 자녀를 위해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가장 가치있는 교육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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