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 드시겠습니까?” 요즘 군청이나 기술센터에 볼일이 있어 가면 공무원들이 한결같이 친절해졌다는 것을 체감한다. 물론 커피 한잔 대접하는 작은 호의가 개개인의 성품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어디를 가나 항상 이런 친절을 접한다는 것은 공무원 사회의 전반적인 변화된 매뉴얼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민원인이 방문하면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커피나 음료를 대접하라는 업그레이드(?)된 매뉴얼이 있어 누가 찾아와도 매뉴얼대로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가정이다. 어쨌든 민원인 입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정말 고맙고 기분 좋은 일이다. 덕분에 커피를 별로 안 좋아하는 나도 볼일이 있어 군청의 여러 부서를 방문하면 방문 부서 숫자에 비례해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거절을 잘 못하는 소심한 나는 “아뇨. 나는 커피를 안 좋아합니다” 하고 사양을 못하고 “아 네네 고맙습니다” 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또 한 잔의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이십년 곶감 농사를 짓다가 1차 농산물의 한계를 느끼고 2차 가공 상품을 만들기 위해 식품제조 허가를 받으려고 발품을 팔고 있다. 함양은 산삼의 고장이고 올 가을에 산삼 엑스포까지 열리기 때문에 곶감에도 산양삼 추출물을 첨가하여 2차 상품을 만들면 부가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산양삼 곶감과 생약재 곶감 특허도 2건이나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요즘 핫한 곶감 단지, 곶감 쨈도 만들 수 있고 청소년과 유아들의 입맛에 맞는 아이스 곶감바 같은 전혀 새로운 형태의 신상품 개발도 필요하다. 그래서 관련 허가를 얻기 위해 생각이 같은 이웃 농부들과 함께 관련 부서들을 방문하는데 유감스럽게도 일이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는 않아 커피만 이래저래 많이 마시게 된다. 나이가 들어 안 그래도 요즘 새벽잠이 없는데 말이다. (이 글도 꼭두새벽에 잠이 깨어 말똘말똥 하다가 많은 농부들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긁적여 보는 거다.)모든 농부가 자가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조금 더 높이기 위해 각각 제조업 시설을 할 필요는 없다. 혼자 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만만찮기 때문에 같은(비슷한) 설비가 필요한 농부 대 여섯이 공동으로 비용을 부담하고 투자를 해도 될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나는 비슷한 처지의 농부들과 영농조합법인을 만들고 곶감 관련 식품제조업 허가를 받기위해 수년째 발품을 팔고 있다.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런데 전국에서 귀농인이 가장 많다는 완주는 아예 지자체에서 대규모 제조업 시설을 갖추고 누구라도 소정의 교육을 받으면 2차 가공품을 직접 생산해서 판매할 수 있다고 한다. 개개인이 큰돈이 들어가는 식품 제조업 공장을 지을 필요가 없고 까다로운 허가를 득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판로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에게 공정하게 기회를 제공하는 로컬푸드에서 직접 자기 상품을 진열하고 판매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귀농인의 천국이라고 소문이 나있다. 5년 전인가 함정농(함양정보화농업인) 회원들과 같이 완주를 방문하고 알게 된 사실인데 감명 받은 건 이 일을 농협에 근무하는 상무(?)인가 하는 사람이 주도하여 고생 끝에 이뤄낸 성과라는 것이다. 잘 된다는 소문에 전국 지자체에서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견학이 이어졌는데 5년 전 나도 그 소문을 듣고 함정농 회원들과 같이 가 보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한번’ 하고 견학을 다녀온 회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함양군에 제안과 요청을 해왔고 책임있는 사람의 긍정적인 답변(안 되는 게 없고 되는 것도 없는)도 들었지만,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나는 요즘 부쩍 친절한 커피를 많이 마시고 있다. 사실 나는 커피를 별로 안 좋아 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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