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꽃을 딸 때가 가장 행복해요” 꽃만 보면 얼굴에 웃음이 퍼지는 김신태씨의 말이다.화훼농가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부터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어느 덧 4년이 지났다. 김영란법 목적은 ‘공직’과 관련해 일체의 부정한 청탁을 차단하는데 있다. 공공기관, 학교, 언론사 종사자를 포함한 공직자 등에게 대가성 없는 금품도 제공하지 못하게 강제함으로써 부정부패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자는 취지다. 김영란법이 화훼농가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김영란법 수수 금지 대상품목에 ‘꽃’이 포함되어 있어 사람들의 꽃 소비가 급격히 줄었다. 청탁금지법 시행이후 2017년 꽃 소비가 줄어 전국 7000여 화훼농가 중 20%가 꽃 재배를 포기하고 타 작물로 전환하는 농가가 15%이상 되었다. 위축된 꽃 소비를 늘리기 위해 ‘1table, 1flower’(1T1F)운동으로 공무원들은 자신의 책상에 화분, 꽃을 구입해 올려놓고 업무를 보기도 했다. 2020년 2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릴레이 공익캠페인인 플라워 버킷 챌린지도 확산되고 있다. 플라워 버킷 챌린지는 코로나19로 입학식, 졸업식 등 각종 행사가 취소되면서 판로가 막힌 화훼 농가를 돕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캠페인이다. ‘1T1F’, ‘플라워 버킷 챌린지’가 우리나라 화훼 농가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을까? 함양군농업기술센터 어린이화훼체험교육이 진행되면서 관내에서 생산되는 화훼를 소비하기 위해 서상면을 찾았다. 서상면 화훼작목반 김신태 사장을 통해 함양군 화훼농가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어려움을 접하게 됐다. 김 사장은 “에키놉스, 글라디올러스, 안개꽃, 시넨시스, 미스티블루 등 여러 종류의 꽃들을 재배했었다”고 한다. 7~8년 전만 해도 글라디올러스를 재배하는 화훼 농가가 15가구였지만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현재는 단 3농가가 꽃을 재배하고 있다. 김 사장의 시설하우스에는 현재 수확이 한창인 보랏빛 미스티블루와 새초롬한 그린생명 빛을 띤 글라디올러스가 자라고 있다. 추락하는 화훼 시장의 단가를 붙잡기 위해 시설하우스 내 글라디올러스 종구를 파종해서 노지에서 수확되는 글라디올러스보다 출하시기를 앞당겼다. 그린색과 화이트색을 가진 글라디올러스는 3~6월 사이에 파종하고 그 후 75일이면 수확하는 조생종과 파종 후 90~100일 사이에 수확하는 핑크색 글라디올러스가 재배되고 있다. 경상권에서는 핑크색글라디올러스를 선호하고 수도권에서는 흰색, 그린색 글라디올러스가 대세인데 지역에 따라 좋아하는 꽃도 다르다. 김 사장은 시장 경쟁에 맞춰 재배 면적을 조절해 가면서 재배하고 있으며 출하량이 많았던 2년 전까지는 일본으로 수출도 했었다. 꽃이 출하된다고 해도 걱정이 태산이다. 물량이 적어 서울화훼경매장까지 올라갈 수 없어 부산화훼경매장으로 보낸다. 이 또한 농산물을 싣고 가는 차량에 끼워 보내는 식이다. 만약 서울 화훼경매장으로 보내려면 서울로 가는 차편을 졸음쉼터에서 만나 꽃을 올려 보내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다. “김영란법 시행이후 단가 하락으로 절화 화훼재배 농가가 줄었다. 극소수의 인원과 줄어드는 재배면적으로 화훼 농사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지만 꽃 농사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신념을 밝혔다. 그는 “이른 새벽 꽃을 수확할 때가 가장 행복하고 꽃 농사를 짓는 자체가 재미있고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보는 것 또한 좋다”고 했다. 돈이 주는 가치보다 꽃 농사를 통해 피어나는 행복지수가 더 높다고 생각하는 김 사장의 미소에서 진심을 느껴진다. 대부분의 절화가 수입에 의존하면서 화훼 농가는 점점 줄어들고 단가 또한 하락하면서 화훼농가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함양군 특히, 농업기술센터가 화훼 재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화훼농가의 애로 사항에 귀 기울인다면 함양군 화훼농가의 빛은 밝을 것이라 본다. 2021년 어린이 화훼 체험교육 내용 중 관내에서 생산되는 꽃으로 플라워아트테라피를 할 수 있도록 함양군농업기술센터가 계획한 것도 화훼 농가를 돕기 위한 작은 시작이다. 여기서 멈추지 말고 화훼재배 면적, 재배 인구 증가와 좀 더 나아가 다양한 각도로 지원 폭이 넓어지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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