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이 뭐였는줄 알아? 다들 꿈 하나쯤은 있잖아.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지. 잠깐 충무로에서 활동도 했고. 지금 배우 하라고 연락 오면? 안가. 여기서 이장해야지. 내가 이장을 한 건 천직인 것 같아” 영화배우를 했다면 개성있는 연기파 배우가 됐을 법한 함양교산 휴먼시아아파트 염상안 이장. 이제 그의 꿈은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주민이 원할 때까지 이곳에서 이장을 하는 거다.염상안 이장은 2010년 5월 함양교산 휴먼시아아파트 입주가 시작됐을 때부터 이곳 관리사무소 직원으로 일했다. 그러다 휴먼시아아파트가 함양읍 봉강3리에서 분동되면서부터 지금까지 이장을 맡고 있다. 467세대 약 10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함양교산 휴먼시아아파트 이장 염상안씨는 이곳 터줏대감이다. 관리사무소 일도 해야 하고 이장 일도 해야 하는 염상안씨는 하루가 아니라 한 달 내내 바쁘다. “우리 마을은 한 달에 두 번 정도 독거노인을 방문하여 건강도 체크하고 상담도 한다. 어르신들은 전화도 안 되고 방송도 소용없을 때가 많으니 중요한 내용이 있으면 윗집부터 끝까지 직접 들고 가서 전달한다” 바쁜 중에도 염상안씨가 중요하게 여기며 하는 일이 하나있다. 바로 아파트 정원을 가꾸는 것. 휴먼시아아파트는 삭막한 다른 아파트와 달리 숲속에 산책로가 있고 정원, 꽃밭이 조성돼 있다. 함양읍 사무소에서 묘목을 얻어오고 씨를 채취해 심고 장미 600그루를 받아 직원들과 심었다. “꽃 심고 풀 뽑고 나무 전지하는 게 나랑 잘 맞아. 식물 키우는 게 즐겁더라고” 그의 예초기 작업은 근무를 마친 시간에도, 쉬는 날에도 이어지곤 한다. “집이란 곳은 아늑하고 내 몸 눕히고 따뜻하면 된다. 새들도 아침마다 지저귀는 이 동네가 너무 좋아. 직장도 여기고 집도 여기고. 내가 어차피 해야 할 일이고 내 정원 내가 가꾼다 생각하고 하는데 주민들이 좋아하니 나도 좋다” LH공사 아파트 평가에서 수년 째 모범아파트로 뽑히는 함양교산 휴먼시아아파트. 경남에서 최우수아파트로 선정된 바 있으며 전국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아파트로 해마다 선정된다. 관리사무소 직원으로도 가장 오래 근무하고 지금까지 이장을 한 염상안씨는 주민 대부분을 알고 있다. 어르신들에게 이장은 자식보다 든든하다. 전등이 나갔을 때, 씽크대가 막혔을 때, 방문이 잠겼을 때조차 사무실로 전화를 한다. “민원업무를 전부 해결해 주지는 못해도 최대한 빨리 처리하려고 한다” 24시간 깨어 있는 그의 개인전화. 주민들에겐 이장님 전화번호가 119보다 먼저 생각난다. 새벽4시 그를 깨우는 응급환자부터 쏟아지는 주민들의 요구가 스트레스일 수 있겠지만 그는 보람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힘들다 생각하면 못하지. 주민행복이 나의 행복이니까 보람 느끼면서 하는 거지” 마을에 살면서 한번쯤은 이장의 도움을 받았을 주민들. 그들은 이장님 현관문에는 비닐봉지를 걸어두고 간다. “여기 와서 한 번도 야채를 사 먹은 적이 없다니까. 야채며 김치며 마늘까지 찧어서 주셔. 문에 걸린 봉지만 봐도 누가 준건지 알지” (사)전국 이통장연합회 함양군지회 사무국장과 함양읍 총무를 맡고 있는 염상안씨는 이장들의 수고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들의 복지향상에도 노력하여 그 결실을 얻기도 했다. “이장은 아무나 하면 안 돼, 잘 할 사람, 그런 의지가 있는 사람이 해야지” 아파트에서 언제나 문제되는 층간소음. “위층에서 뛰고 굴리고 아이들이 그렇게 시끄러운데 한 번도 민원전화를 한 적 없는 아랫집 아주머니가 계셔. 우리 마을에 천사가 있다면 그 분이 천사지. 아랫집은 이해하고 윗집은 조심하고. 그게 기본이야. 그것만 하면 같이 즐겁게 사는 거지”천사가 살고 있는 휴먼시아아파트에는 천사친구 염상안 이장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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