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소리가 나서 보니 하늘에서 파랑새가 떨어졌다. 기절한 것 같더니 다행히 정신을 차리고 푸드덕 날아갔다. 항상 전신줄 높은 곳에 있는 것만 보다가 가까이서 보니 파랑새가 왜 파랑새인줄 알겠다. 멀리서 볼 때는 부리와 발만 주황색이고 전체적으로 검푸른 색으로 보였는데 코앞에서 보니 파랑과 청록, 머리와 꼬리는 검정, 부리와 다리는 곶감색이다. 앉아있는 것을 가까이서 보니 가슴은 슬픈 코발트빛인데 날 때는 그 부분이 하얗게 보였다. 우리 집은 지리산 아래 첫 집이라 새소리가 많이 들린다. 내가 아는 모든 목관과 금관 악기의 무궁동같다. 새들은 꼭두새벽 이불속에서 비몽사몽인 내 의식의 캔버스에 소리로 그림을 그린다. 다양한 소리로 만든 물감을 잭슨 폴록처럼 던지고 뿌리며 하얀 캔버스를 채운다. 엄천골에서 가장 흔한 새는 물까치, 찌르레기고 가끔 노란색의 매혹적인 꾀꼬리도 모습을 보여준다. 뻐꾸기가 엄천강 건너 앞산과 뒷산을 울리며 꿈결처럼 울지만 야박하게도 한 번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소쩍새도 소리로만 만나고 딱따구리는 인심이 후해서 소리나는 곳에서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처음엔 파랑새가 왜 떨어졌는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짐작을 하지 못했다. 파랑새는 오월초 부터 보이고 가을엔 남쪽 나라로 날아가는 (봄)여름 철새다. 매년 파랑새가 찾아오는데 올해는 개체수가 많이 늘어났다. 집 근처 어느 고목에 둥지를 틀었는지 요즘은 곶감 덕장 위로 날아가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항상 같은 방향으로 지나가는 파랑새는 정해진 비행경로가 있는 듯하다. 어제는 파랑새 한 마리가 덕장 1층으로 휙 들어가더니 1,2층을 연결하는 리프터 빈 공간을 통해 덕장 2층에 갇혀 버렸다. 닫힌 창문 앞에서 나가려고 푸드덕 푸드덕 거리고 있어 창문을 열어주고 자리를 피해 주었더니 무사히 빠져나갔다. 파랑새가 다니는 통로의 덕장 유리창에 충동방지용 스티커를 붙여놓았더니 유리창 앞에서 급히 방향을 틀어 1층에서 2층으로 들어간 것이다. 한번 실수로 학습이 되었는지 다음부터는 덕장 지붕위로 안전하게 날아다닌다. 파랑새가 하늘을 날면 박씨라도 하나 떨어뜨려 주기를 바라며 나는 고개를 치켜든다. 이름만 들어도 행운이 올 것 같은 파랑새가 덕장 위를 휙휙 지나가니 귀감 덕장에 행운이 찾아올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마침 귀감 로고와 패키지 작업을 다시 해야 하는데 ‘파랑새와 귀감’을 소재로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렇게 하라고 파랑새가 일부러 곶감 덕장을 방문한 것은 아닐까? 곶감 덕장을 방문한 파랑새는 어쩌면 자기를 귀감의 캐릭터로 스카웃 해달라는 요청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정말 그렇다면 그 제안을 뿌리칠 이유는 없다. 왜냐하면 파랑새는 행운을 가져다주니까. 파랑새야~ 파랑새야~ 코로나로 고생하는 우리에게 작은 행운을 가져다주면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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