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본편을 위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여름에 매일 열심히 일하던 개미는 겨울이 되었을 때 그동안 모아둔 식량으로 풍족한 시간을 보냈지만, 반대로 여름에 놀기만 한 베짱이는 추위와 배고픔 속에 굶어 죽었다는 내용의 동화이다. 이 동화에서는 열심히 일한 개미와 그 반대인 베짱이의 극명하게 대조되는 결말을 이용하여 우리에게 부지런히 일하고 성실히 사는 것이 훗날의 영화로 돌아올 것이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그런데, 오늘 다룰 이야기의 주인공은 베짱이와 개미 둘 모두의 인생을 살다 간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시대를 비틀어, 과거로 가보자. 옛날 옛적 중국의 전국시대에, 맹상군이라는 제나라의 왕족이 살았다. 그는 설읍이라는 땅을 봉지로 소유하고 있었는데, 사람대접하고 받아들이기를 좋아해서 그의 밑에 머무는 식객들만 해도 최소 1천 명 이상은 되었다고 한다. 어느 날 나름의 평화를 가지고 운영되던 설 땅에 풍훤이라는 한 남자가 나타나 맹상군에게 귀부하기를 청했다. 그는 딱히 자신의 재주를 드러내지 않아 하급 방에서 머물게 되었다. 그런데, 풍훤은 그날부터 매번 방의 수준이 맘에 안 든다며 노래를 불러댔고, 맹상군은 대인답게 중급, 상급 방으로 점차 풍훤이 머무는 처소의 수준을 올려주었으나, 그는 이래도 불만이 많았다. 그런데 마침 맹상군에게 돈을 빌린 사람들에게서 갚을 돈을 받아오는 일이 풍훤에게 주어진다. 그런데, 풍훤은 당장 갚을 수 있는 사람들의 돈은 다 받았으나,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는 돈을 받지 않고 그들의 차용증을 다 태워버렸다. 당연히 맹상군은 질책했는데, 이때 풍훤은 “어차피 지금 못 갚는 사람은 나중에도 못 갚으니, 그럴 바에야 이렇게 자비를 베풂으로서 의(義)를 사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그랬다”라고 하자 탄복하며 그때부터 풍훤을 깊게 대하게 된다. 하지만 이후 맹상군은 모함을 받아 제나라에서 쫓겨나 방랑자 신세가 되고, 식객들도 다 떠나갔다. 단 한 명, 풍훤만 빼고 말이다. 맹상군이 인생의 허탈함을 느끼려 할 때, 풍훤은 자신을 환대해준 이 선인에게 자신의 진가를 드러낸다. 풍훤은 마치 장화신은 고양이처럼 은혜를 갚겠다고 나섰는데, 이후 위나라에 가서 위왕에게 왕족 맹상군이 조국에게 버림받았으니, 그를 잘 포섭하면 제나라를 멸망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제나라 왕에게 가서는 지금 맹상군이 위나라로 넘어가게 생겼는데, 그러면 너희 나라 망하는 거 알지? 라고 경고하는 기지를 발휘해 맹상군에게 복권을 넘어 이전보다 더 큰 영화를 안겨준다. 이렇게 맹상군이 다시금 재기하자, 이전에 흩어졌던 식객들도 다시 맹상군에게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이전의 뼈아픈 손절 경험이 있던 맹상군은 화를 내며 이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는데, 이때 다시 한 번 풍훤이 맹상군의 명성을 지켜주는 간언을 한다. 풍훤은 시장이 아침에 사람이 많고 저녁에는 반대인 이유가, 사람들이 아침 시장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돈과 부에 의해 이뤄지는 것임을 언급하며, 돈이 많고 기세가 높은 곳에 사람이 모여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임을 설파하며 맹상군을 또다시 설득해낸다. 베짱이 같은 인생을 사는 한량이었으나 결정적인 순간 자신을 후하게 대해준 은인을 재기하게 해준 개미 같은 역할을 수행한 풍훤, 어쩌면 그는 그 자신의 능력을 품을 만한 그릇을 지닌 인물에게만 자신의 가려놓은 기재를 선보인 신비하면서도 냉철한 인물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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