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이라는 것이 있다. ‘맡아서 행해야 할 의무나 임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여기는 마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에서 각 구성원들의 책임감은 매우 중요하며 사회발전과 유지에 있어 생명의 호흡과도 같은 것이다. 사람의 호흡이 멈춘다면 사망하듯이 사회구성원들 간 책임감이 없다면 그 사회는 사망선고를 받는 것과 같기 때문에 유치원 때부터 학생들에게 책임감을 갖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교육을 한다. 약속할 때 시간을 지키는 것, 운전자는 보행자를 우선 보호하는 것,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고 필요를 따라 쓸 것을 공급해주는 것, 그리고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을 서로 사랑하며 섬기는 것은 책임감에서 시작된다. 요즘 여성의 징병제에 대해 뜨거운 갑론을박이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남자들은 국방의 의무를 맡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드높은 책임감 때문이다. 1980년대에 크게 유행했던 노래 중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진짜 사나이”라는 노래가 있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이 많지만,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진짜 사나이란 누구인가? 군인으로서 부모와 형제 가족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나라를 적의 침략으로부터 막아내기 위하여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는 남자라고 노래한다. 그 진짜 사나이 곧 책임감으로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로 인해 부모형제와 사랑하는 사람들이 단잠을 이룬다. 책임감을 다하는 공동체는 선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러한 책임감이 어느 단체보다 드높고 또 강해야할 군대에서 얼마 전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이 있었고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무책임한 군인들로 인해 또 다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안겨주었다. 이 여군이 사망하기까지 지휘 라인 책임자는 6명이다. 대대장·단장(각 2명), 참모총장, 국방부 장관. 이들은 이모 중사가 지난 3월 2일 성추행을 당한 뒤 5월 21일 극단 선택을 하기까지 어떠한 실효적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에 비극을 막을 수 있었던 책임자는 2명 더 있다. 공군 양성평등센터장은 3월 5일 이 중사 성추행 사실을 알았음에도 국방부 훈령·지침을 어기고 4월 6일에야 국방부에 늦장보고 했으며, 국선변호를 맡았던 공군 법무관은 3월 9일 선임 이후 한 번도 이 중사를 면담하지 않았다고 하니 그러면 모두 8명의 무책임한 태도와 방관으로 인해 한 명의 안타까운 군인이 땅에 묻히고 말았다. 사건을 취재하던 조선일보 기자는 기사에서 8명 중 단 1명만이라도 맡은 책임을 다했더라면 이 중사는 죽지 않았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피해자가 살아있을 때도 책임감을 보이지 않았던 그들이 그래도 반성하여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지만, 누구도 이 중사 죽음에 진심으로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혹자는 관련자가 많아 책임감이 분산된 탓이라고 말한다. 심리학에선 이런 현상을 방관자 효과, 제노비스 신드롬이라고 부른다. 28세 여성 키티 제노비스는 1964년 미국 뉴욕의 자기 집 근처에서 강도에게 살해당했다. 30분 이상 사투를 벌이면서 주변 40가구에 필사적으로 구조를 요청했지만 아무도 경찰에 알리지 않았다고 당시 미 언론이 꼬집으며 이 말을 만들어 내었다. 하지만 이 여군도 성추행 피해를 80일 동안 22차례 알렸지만 8명의 수수방관 속에서 죽어갔다. 무책임이 부른 비극이었다.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세월호 참사 때 선장은 승객을 선실에 방치한 채 속옷 바람으로 먼저 배를 탈출했다.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 경영진은 수 시간 전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도 영업을 강행했다. 이번 참극에서 군 책임자들의 태도는 세월호·삼풍 때와 닮았다. 이 중사의 죽음을 부른 무능하고 무책임한 방관자들이 더 이상 없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반면 영화 “연평해전”으로도 잘 알려진 2002년 6월 제2연평해전 때 전사자 6명은 끝까지 자기 위치를 지켰다. 조천형·황도현 중사는 숨을 거두고도 함포 방아쇠를 놓지 않았으며, 의무병 박동혁 병장은 전우들을 치료하다가 총탄 100발 이상을 맞았다. 또한 한상국 하사 조타장은 나중에 시신이 발견되었는데 바로 침몰 된 참수리 경비정 조타수실에서 배가 침몰되지 않도록하기 위해 자신의 손목을 조타에 묶은 채로 끝까지 놓지 않는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나중에 박동혁 병장은 한상국 하사의 시신을 인양하자 그를 따라 하늘로 올라갔다.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 건국과 발전한 나라가 된 것은 이렇게 자신의 생명을 내걸고 끝까지 책임을 다한 진정한 영웅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나와 우리 모두 책임감 있는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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