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살면서 6월이면 거실에서도 보게 되는 일들이 있다. 우리 집 거실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푸른 산과 논, 그리고 강이다. 푸른 산은 저 멀리 높은 봉우리에서부터 논과 밭 위에까지 겹겹이 둘러쳐진 병풍처럼 폭넓게 펼쳐있고, 논과 밭인 들판은 반듯한 바둑판같기도 하다. 요즘은 논에 양파 캐기가 한창인데 수십명이 한꺼번에 양파를 캐는 모습은 시골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모습인데 대부분 베트남 등의 외국 인력이 많은 듯 보인다. 수확한 양파를 운반할 때도 양파논에 들락이는 운반 차량과 사람들이 많고, 시간이 지날수록 도로변에는 빨간 양파망에 담긴 양파들이 줄지어 쌓여 간다. 한쪽에서는 감자를 캐기도 하고, 또 한쪽에는 모내기로 모가 군인들이 나열하듯 반듯하게 열을 지어 있다. 남편의 표현을 빌리면 옛날 어른들이 하던 이야기로 이맘때면 “죽은 사람도 일어나 일을 한다” 라는 말이 있다고 하는데 일하는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그 말이 실감이 된다. 네팔의 모내기 모습을 생각해 보면 많은 사람들이 손으로 모를 심는데 한국에서의 모내기는 시간이 조금만 지나고 나면 들판에는 심어진 모로 채워지니 네팔에도 저러한 기계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부럽기도 하고 네팔에서 이 모습을 보면 정말 부러워 할 듯 싶다. 우리집은 양파, 모내기 등은 하지 않는데 더운 여름에 저토록 힘들게 일하는 농민들을 보고 있으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농협에서 봉사활동으로 양파를 캐는 일에 함께 가기로 하였는데 우리같은 사람이 기껏 하루 이틀 도와주는 정도로 저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까 싶기도 하고, 사실 우리집 일도 만만치 않다 보니 많은 도움을 줄 수 없는 형편이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많다. 이틀동안 논에 심어둔 옥수수 밭에 풀을 매거나 옥수수 곁가지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였더니 몸이 무겁다. 그래서 오늘은 쉬려고 했는데 옆집 감자를 캐는데 할머니들이 캐고 있는데 사람이 부족하다며 남편이 좀 도와주고 오란다. 날씨는 더웠지만 감자를 캐어주고 감자 한 박스를 선물로 받아 왔는데 기분이 좋다. 남편도 자활에 다니는 어려운 할머니집에 도배 봉사를 하고 온다면서 갔는데 오면서 맛난 거 사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시골에서 농민으로 산다는 게 좋은 공기와 좋은 경치를 누리는 면에서는 참 좋은 것 같은데 농사일로 먹고 사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농사일은 큰 수입이 되지 않고 고생은 많기 때문인데 작은 수입에 의존하여 힘들게 일하는 것이 누구에겐들 힘들지 않을수 있겠는가 생각해본다. 그런데 주변을 돌아보면 우리보다 더 힘든 사람, 더 힘들게 먹고 사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한국은 부자 나라이고 모두가 다 잘 사는 줄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구석구석 어려운 사람도 많고, 나보다 더 힘든 마음으로 어렵게 삶을 이어가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자주 느끼게 되고 또 가끔 직접 접하게 되기도 하는데 남편을 통해서도 이야기를 자주 듣다보니 이제는 우리집은 마치 밥은 먹고 살고, 또 먹고 살 형편은 되는 집처럼 느껴질 때도 있으니 이런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빨리 찾아온 더위로 저녁밥을 먹고 아이를 데리고 남편과 함께 집 옥상에 올라가니 별들이 반짝인다. 바라보는 밤하늘의 별들은 다양한 위치에서 변함없이 찬란하게 반짝이는데 가끔은 유성이 떨어지는 모습도 볼 수 있고, 비행기가 반짝거리는 빛을 내며 지나가기도 한다. 딸이 북두칠성에 대해 묻는다. 남편은 딸에게 북두칠성에 대해 다정하게 설명을 한다. 옥상이 시원하여 나른하다. 부녀간의 이야기가 저 멀리 맴돌 듯이 들려온다. 모내기를 끝낸 논에서 들려오는 개구리소리도 쉼 없이 울린다. 피곤했던 탓인지 졸음이 밀려오는데도 옥상의 시원함과 별을 보며 이야기하는 부녀지간의 이야기 소리가 무더운 6월의 밤을 시원하게 달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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