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따위 레세피라니>는 제목부터 재밌다. 제목이 재밌다고 내용이 재밌다는 보장은 없지만 영국 문학의 제왕 줄리언 반스가 쓴 거니 믿고 보는 거다. 함양도서관 큰 글자 책 코너에서 읽을거리를 찾다가 제목이 재밌어 빌려왔다.  베스트셀러 작가 배크만의 소설 한권, 김훈의 산문집 <연필로 쓰기>도 같이 빌려왔는데 재밌을 것 같은 느낌이 팍팍 오는 <또 이따위......>부터 읽었다. 역시 기대한대로다. 이 에세이는 읽을 때도 재밌고 읽고 나서도 재밌다. 유쾌하게 읽고 나서 처음부터 다시 한 번 더 읽기로 했다. 재밌는 책은 맛난 요리처럼 자꾸 손이 간다. 좋은 음악을 듣고 나서 다시 듣고 싶어지듯 말이다. 요리에 대한 아름다운 책을 읽고 나니 요리에 관심이 생겼다. 나도 늦깎이 요리사가 한번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는데 마침 어제 저녁에는 아내가 정자에서 숯불로 꽁치를 구워먹자고 해서 두말 않고 불을 피웠다. 사실 꽁치 몇 마리 구워먹자고 매운 연기를 마셔가며 숯불을 피운다는 건 번거로운 일이다. 게다가 생각처럼 꽁치가 맛있게 구워질 거라는 확신도 들지는 않았지만 <또 이따위......>를 읽고 나서 요리에 대한 철학(?)이 달라진 터라 기꺼이 움직였다. 아마 줄리언 반스도 ‘그가 요리를 해주는 그녀’를 위해 숯불을 피웠을 것이다. 그리고 또 누가 알겠는가? 숯불에 구운 꽁치가 기가 막히게 맛있을 지.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꽁치 숯불구이는 망했고 늦깎이 요리사 지망생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꽁치 세 마리를 석쇠에 올려놓고 잠시 캔 맥주를 가지러 간 사이 꽁치 기름이 숯불에 떨어지는 바람에 볼만한 불쇼가 벌어졌다. 허겁지겁 호일을 깔고 분신꽁치를 돌려 눕히고 살려보려고 응급처치까지 해 보았는데 스스로 흘린 기름으로 분신한 꽁치는 밥반찬은 물론이고 맥주 안주로도 적합해보이지 않았다. 미련이 남아 꽁치의 석탄부분을 가려가며 먹고 나니 입만 시커멓게 되었다. 마트 생선 코너에서 아내가 “꽁치가 싸네~ 오랜만에 꽁치 구워 먹을까~”하며 5마리를 담을 때만 해도 즐거웠는데 정말 유감스럽게 되었다. 오늘 휴일 <또 이따위......>를 또 읽고 있는데 “오늘 점심 뭐 먹을까?” 하고 아내가 물어본다. 아무리 가볍게 먹는 점심이지만 요리에 대한 철학이 달라진 나는 아내와 뭔가 5월 마지막 휴일을 기념할만한 가볍지만 악센트가 있는 점심을 구상했다. 아내는 간짬뽕을 만들고 나는 샐러드를 만들었다. 샐러드 레시피는 이렇다. 어린 배추 잎, 양파, 민들레, 체리세이지와 장미를 적당히 알맞게 대충 넣고 과일드레싱과 마요네즈로 적당히 알맞게 대충 버무린다. 괜히 체리청을 넣을 필요는 없다. 체리청을 넣는 바람에 장미가 색이 가려져 보기가 별로가 되었지만 다행히 맛은 괜찮다. 장미의 은은한 향과 체리세이지의 향긋한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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