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의 숨비소리, 들리시나요?’ 두 번째 특강이 10월17일 저녁7시 함양교육지원청에서 열렸다.
이번 강연은 식물문화연구가 최재길씨가 강의를 맡아 ‘상림의 아름다움 그 너머’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었다. 최재길씨는 지리산야생화체험농장을 운영하였으며 지난 6년간 함양상림의 생태문화를 연구하여 상림의 치유의미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지리산풀꽃여행 강사로 활동하고 국립수목원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다.
최재길 강사는 함양상림을 관찰하고 연구한 과정을 설명하고 상림이 함양에 갖는 의미를 알려주었다. 그는 상림의 들꽃, 나무, 버섯, 동물을 소개했다.
상림의 들꽃으로는 산에서도 고귀하게 자란다는 꿩의바람꽃과 60~70여 가지나 되는 제비꽃 중에 특이한 축에 속하는 왜제비꽃에 대해, 상림의 나무에는 12월말에 꽃이 피는 갈마가지나무와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이팝나무, 생명력이 강하고 굵은 도토리열매를 안겨주는 참나무 등을 설명했다.
최재길 강사는 “야생화 농장을 할 때는 가을을 좋아했는데 식물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봄을 좋아하게 됐다. 봄에는 생명의 기운이 느껴진다. 작고 어린 눈에서 꽃을 피우기까지 굉장한 힘이 필요한데 그 에너지가 느껴진다”며 생명력과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함양상림의 가치가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밝혔다.
이날 최재길 강사는 상림의 동물에 대해 설명하면서 다람쥐, 딱따구리와 같은 동물이 상림의 나무에서 서식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촬영하여 자료로 제공했다. 영상에는 다람쥐가 햇볕을 쬐고 있거나 먹이를 먹고 나무구멍 속으로 숨는 모습, 썩은 굴참나무에서 발견한 딱따구리 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사람들과 친숙하여 낮은 나무에도 집을 짓는 멧비둘기, 곤충 열매 못 먹는 게 없는 잡식성 직박구리, 암수가 같이 새끼를 키우는 물까치 등을 소개했다. 그는 “상림에서 이제 원앙이 설 자리가 없어졌다. 상림의 마스코트였던 원앙이 연잎 아래에서 다양하게 연출했던 많은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쉽다”고 전했다.
최재길 강사는 강연을 마무리하면서 “학자들은 함양상림의 수목이 116~118종에 이른다고 했는데 따로 조사한 결과 야생화를 많이 심었으며 산삼축제를 하면서 약초가 되는 나무를 심었다”며 “심지 말았어야 할 야생화와 상림의 빈터에 나무를 심지 않고 조경을 해 버린 것이 무엇보다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천년이 넘도록 마음 숲이 생태, 역사적으로 다양한 역할을 해온 숲은 우리나라에 전무하다”며 “최치원 선생이 숲을 조성하면서 역사문화가 시작되고 천년간 마을 숲으로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 상림이야말로 전국에서도 독보적인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공구조물이 들어선다거나 외래종 나무, 곤충 등이 번식한다면 우리는 아름다운 상림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없다”며 “더 이상 숲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산책로 안쪽에는 예초기 작업을 하지 말 것과 작업이 필요할 때는 인부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생태를 아는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작업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특강 ‘지리산의 숨비소리, 들리시나요?’은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수달 친구들, 함양교육지원청이 함께 주관하며 5월 한 달간 매주 월요일 저녁7시 강의가 열린다. 3강은 신강 강사의 ‘용유담, 엄천강이야기’, 4강은 최상두 강사의 ‘함양의 물’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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