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5일 오전 11시50분쯤 경기도 수원시 공군 10전투비행단 수원비행장. 어린이날을 맞아 에어쇼를 하던 공군 블랙이글팀 소속 전투기 6대 중 2대가 급강하를 한 뒤 ‘X자’ 형태로 교차 비행을 했다. 교차 후 전투기들이 동체를 한 바퀴 돌리자 관람석에 있던 어린이 등이 “와”하는 탄성을 터뜨렸다. 에어쇼 중에서도 고난도로 꼽히는 연기 기술이었다. 이때 예기치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비행 공연을 하던 전투기 2대 중 1대는 곧바로 급상승해 정상 궤도를 찾았지만 나머지 전투기는 고도를 올리지 못했다. 지상 330m 공중에서 요동을 치던 전투기는 비틀대며 인근 잔디밭으로 추락했다. 1300여 명이 앉아 있던 관람석에서 불과 1.8㎞ 떨어진 지점이었다. 조금 전까지 공중곡예를 하던 전투기가 땅에 떨어지자 곳곳에서 비명이 쏟아졌다. 당시 추락한 전투기 조종석에는 고 김도현 중령이 타고 있었다. 김 중령은 당시 항공기 기체 고장으로 추락해 산화했다. 공군 사고조사위원회가 추락한 기체 잔해를 확인한 결과 고인의 왼손과 오른손은 조종간 스틱을 잡고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전투기 조종석 의자는 유사시 손잡이만 당기면 의자와 함께 공중으로 치솟아 조종사가 탈출할 수 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그는 조종간을 꼭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공군 관계자는 “김 중령이 평소 훈련받은 대로 탈출할 수 있었지만 또한 훈련 받은 대로 관람객의 피해를 막기 위해 탈출하지 않고 끝까지 조종간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김 중령의 희생과 결단 때문에 대형 참사를 막았다”고 증언하였다. 사고 당시 그는 소령이었지만, ‘전사·순직한 진급예정자의 진급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20년 소령에서 중령으로 1계급 추서되어 이제는 중령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군대에서 가장 높다는 별 다섯 개인 원수 계급보다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인 그를 더 존경하고 우러러 본다. 훈련 받은 대로 탈출할 수 있었고, 훈련 받은 대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끝까지 비행기 조종사로서의 책임을 지어야 한다는 이 두 갈림길에서 자신의 유익보다 타인의 유익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한 이러한 사람을 우리는 영웅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또 다른 작은 영웅이야기도 있다. 두 아들을 둔 싱글맘은 많은 부채 때문에 힘겹게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었던 중, 일터에서 퇴근을 하고, 피곤한 몸으로 집에 돌아왔는데 식탁 위에 햇반, 즉석카레, 참치캔까지 많은 양의 음식이 놓여 있어 물어보니 아들은 이날 겪은 동화 같은 일을 전하였다. “엄마, 오늘 편의점에 가서 컵밥이랑 참치캔이랑 샀는데 돈이 없는 거야. 물건을 몇 개 뺐는데도 돈이 안됐어. 그런데 그때 누가 와서 대신 계산해줬어. 햇반이랑 참치랑 즉석카레랑 짜장이랑 과자까지 사줬어” 이야기를 다 들은 엄마는 식탁에 놓인 음식들을 대충 계산해니 5만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그런데 한 걸음 더 나아가 아들이 또 말한다. “이걸 사준 누나가 그러는데 토요일마다 오후 1시에 편의점으로 오라는 거야! 맛있는 거 사줄 테니까 먹고 싶은 것 마음껏 적어오라고 했어” 이런 말을 들은 엄마는 이름 모를 그 여학생이 한 없이 고마웠고 꼭 만나보고 싶어 온라인에 글을 올렸고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다. 그러자 그 여학생에게서 답장이 왔다. “예쁜 아기인데 눈치를 너무 많이 봐서 제 마음대로 아이가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음식과 과자 등을 골랐어요. 우리 마을에서 어머님과 아드님들이 상처받는 일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이 여학생이 쓴 답장을 읽으면서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두 아들을 힘겹게 키우는 엄마가 느꼈을 감동은 어떠했을까? 5만원이 아닌, 5백만원, 5천만원 그 이상의 감동과 기쁨이었으리라. 자신의 몸을 태워 어두움을 밝히는 촛불처럼, 코로나로 인해 인심이 사나와지고 자기 유익을 위해서라면 이웃에게 무례히 행하고 거짓으로 자신의 욕심을 정당화하는 이 세상 한 가운데서도 타인의 생명을 보호하고, 풍요롭게 하며, 행복을 만들어 주기 위하여 자신의 유익을 구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음에 큰 감동과 소망을 얻는다. 함양이 나아가야할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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