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둘레길이 국가 지정 숲길이 되었다. 이외 백두대간 트레일, 디엠지 펀치볼둘레길, 대관령숲길도 같이 지정되었다고 한다. 순천만 정원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되고 나서 면모가 크게 달라졌듯 지리산둘레길도 이제 새로운 얼굴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정말 힐링이 되는 숲길이 되기를 바란다. 특히 지리산둘레길 네 번째 구간이 내가 사는 엄천골을 지나가기 때문에 이번 숲길 국가지정이 나에게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날씨 좋은 주말이면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이 집 앞을 지나가고 장미가 필 때면 향기에 이끌려 앞마당 정원까지 들어오기도 하는데 국가 지정 숲길이 된 지금부터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올 것이다. 이십년 전 내가 집을 지을 때만 해도 우리 마을은 스무 가구가 안 되는 느릿느릿한 마을이었는데 지금은 가구 수도 두 배로 늘어났고 사람들도 많이 지나가는 복작복작한 마을이 되었다. 한때 둘레길이 막 생기고 강호동이 나오는 일박이일 프로그램에 방영이 되었을 때는 둘레꾼 수백명이 군부대 행군하듯 지나가기도 했는데 지금은 전국에 비슷한 도보길이 많이 생겨 상대적으로 많이 줄어들었다. 지난 주말엔 아내랑 도시락 싸서 지리산둘레길 6구간인 산청 구간을 걸었다. 걷기에 정말 좋은 날씨였다. 산길엔 찔레꽃 아카시아꽃 향기가 계곡물처럼 넘쳤다. 둘레길 옆에 사는 나는 300키로 가까이 되는 지리산길 전 구간을 거의 다 걸어 보았다. 가깝고 좋아하는 구간은 다섯 번 여섯 번 걷기도 했는데, 이번에 걸은 6구간은 숲길보다 차가 다니는 포장도로가 많은 살짝 유감스러운 길이다. 아스팔트 포장 도로가 길게 이어지는 길을 걸으면 여기가 왜 지리산둘레길이지? 뭔가 잘못 되었다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제 국가 지정숲길이 되었으니 과감하게 바꿀 것은 바꾸고 고칠 것은 손을 봐 명실공히 국가지정숲길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지리산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의 애로사항을 들어보면 걷고 나서 출발지점에 주차한 차를 찾으러 가기가 어렵다고 한다. 택시를 부르자니 비용이 만만찮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니 보이지가 않는다고 한다. 가능하면 구간마다 원점 회귀할 수 있는 길을 추가로 만들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둘레길은 숲길 뿐만 아니라 마을을 관통하기도 하는데 사나운 개가 잡아먹을 듯 짖어대어 지나기 무서운 동네도 있다. 물론 개가 묶여있기는 하지만 줄이 끊어지거나 풀릴 수도 있기에 겁이 난다. 심지어는 큰 개를 마당에 풀어놓고 키우는 집도 없지 않다. 결심만 하면 언제라도 울타리 없는 집에서 튀어나와 한입 할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겁 내지 마세요~ 괜찮아요~ 이 개는 안 물어요~” 개 주인은 항상 이렇게 말하지만 큰 개가 이빨을 드러내고 으름장을 놓으면 전혀 괜찮지 않고 무섭지 않을 수가 없다. 둘레길이 마을을 지나갈 때 생길 수 있는 이런 문제들은 지역주민과 둘레꾼, 관리를 맡은 행정에서 머리를 맞대고 상의를 해야 할 것이다. 둘레꾼이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 재미로 채취해가는 농작물 등등 문제는 많고 해결해야 할 일도 많다. 국가 지정 숲길이 되었으니 상생할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들어 이제 새로운 얼굴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이 길이 누군가에는 인생길이 될 수도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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