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코로나19로 취소되었던 천령문화제가 올해는 오는 5월27~29일 개최예정으로 준비 중이다. 힘든 시기에 천령문화제 위원장을 정문상(73세)씨가 맡게 됐다. 초등학교장으로 퇴직한 지 올해로 만10년차, 퇴직 후 향교 총무장의로 3년간 봉사하고 좀 쉬게 될 줄 알았으나 이번에는 천령문화제위원장을 맡았다. “내가 천령문화제에 대한 소양이 있는 것은 아니나 학교에 있으면서 음악, 미술, 체육을 다 했으니 이 자리를 맡긴 게 아닌가 한다” 평생 교직에 몸담은 정 위원장은 정작 자신의 꿈이 농사를 짓는 것이었다고 했다. “함양농업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실제로 접목해 보고 싶었죠. 근데 내 앞에서 농사이야기는 하지 마세요” 정 위원장의 농사는 항상 아쉬운 결과를 낳았다. 이유는 그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 다닐 때 정말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그때 농약에 대해서도 알게 됐는데 알고 나니 농약을 쓸 수 없었어요” 정 위원장이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 일본에서 농기계가 수입됐다. 학생들에게 농기계를 가르치기 위해 농업공작실을 지어 기계를 보관했는데 이를 관리하는 학생이 농업공작연구생이었다. 당시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정 위원장은 학비가 면제되는 농업공작연구생을 하게 됐다. 그는 연구생으로 농기계를 지키며 2~3천권의 농업관련 책은 물론 전국 농대교재를 전부 섭렵했다. 대학교재로 쓰는 향문사출판사 책 200권을 전부 읽고 16권짜리 과학대사전을 세 번이나 읽었다. 졸업 후 농사를 짓겠다며 준비를 해 온 정 위원장은 졸업생 80프로가 대학에 간다기에 그도 대학시험을 쳤다. “4과목을 보는 일반대학은 영어, 수학 때문에 힘들 것 같아 7과목 시험을 치는 교육대학에 원서를 넣었죠. 내가 좋아하는 과학, 국어, 농업을 선택과목으로 할 수 있어서 유리하다고 생각했어요” 대학에 합격하자 아버지는 소를 팔아 등록금을 내줬다. 교사가 된 후에도 정 위원장은 “딱 1년만 선생하고 농사지으러 가야지, 올해 1년만 더 하고 농사지으러 가야지”하며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정말 열심히 했다. 올해만 하고 그만둘 일이었으니 열정을 쏟았다. 십년이 지나고서야 그는 교사라는 직업이 자신에게 꼭 맞는 옷임을 알았다. “초등학교 교사는 매일 다른 과목을 가르치고 해마다 다른 학생을 가르치죠. 다방면으론 지식이 풍부하나 깊이가 없었고 하나를 파고들기보다 새로운 것을 좋아했던 내 성격과 꼭 맞았던지라 평생 행복하게 교사생활을 할 수 있었어요” 아이들에겐 자유를 주고 짜증한번 내지 않았던 돈키호테 선생님. 그는 자신을 불평가였다고 했다. 아이들을 교실에 오래 앉혀놓는 것도 불만, 교과목이 많은 것도 불만, 교무실에 오라는 것도 불만이었다. “선생은 아이들을 좋아해야 해요. 항상 붙어있어야 하니까 출근은 교무실이 아니라 교실로 했으면 했지요” 그는 초등교과목도 국어 수학 사회 과학(자연), 5과목으로 줄이고 오후에는 원하는 선생님과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학교이길 원했다. 그는 한 반에 학생이 10명은 되어야 한다며 20년 전부터 통학버스로 30분 거리에 학교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선생은 그저 학생보다 한 발짝만 앞에 가면 돼요. 학생은 선생보다 친구에게서 배우는 게 더 많아요. 싸우고 부대끼면서 사회성도 길러지죠” 농사꾼이길 바랬으나 농사보다 사람농사에 온 평생을 바친 정문상 선생님. “수능성적으로 서열을 세우는 현실이다. 인간이 서열이 어딨나, 모두 제각각 생겼는데. 제일 중요한 건 건강이지” 하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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