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캐즘(chasm)은 지질학 용어로서 ‘지각 변동으로 인해 골이 깊고 넓어지면서 지각이 단절된 거대한 골짜기’를 말한다. 그런데 마케팅전략에서 캐즘은 ‘신기술이 보급될 때 다수의 대중에게 보급되기 이전의 정체 혹은 단절되는 현상’으로 사용된다. 예를 들면, 지금 우리시대는 휘발유나 경유를 사용하는 가솔린엔진과 디젤엔진 자동차를 넘어서 친환경(eco-friendly)을 지향하는 전기자동차가 보급되고 있다. 그런데 초기 선도 구매자들에게는 전기 충전소의 부족, 안정성의 우려, 반대 리스크(risk), 등 인프라 부족을 염려하게 된다. 대중화를 위해 골짜기와 같은 캐즘의 시기를 지나게 된다. 우리도 살아가다 보면 이런저런 단절된 거대한 골짜기를 만나게 된다. 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는 우리 일상에서 만난 대표적인 거대한 골짜기 같은 캐즘이다. 캐즘의 골짜기에서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단절과 부족함, 안정성과 리스크로 일관되는 위험 요소들을 만나게 된다. 마케팅전문가들은 캐즘에 빠졌을 때에는 반드시 붙잡을 대상을 분명히 하라고 조언한다. 집중의 중요성이 가장 필요한 때라는 말이다. 봄의 계절이오니 꽃들이 저마다 모양을 가지고, 향기를 내뿜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라일락은 라일락대로, 수선화는 수선화대로, 장미는 장미대로, 자신만의 고유한 모양과 향기를 가지고 있다. 이런 다양한 꽃들이 모여 정원(庭園)을 이루고,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꽃들은 각자 자기만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내는데 정원에서는 멋진 하나의 작품이 연출된다. 여기에는 좋고 나쁨이 없다. 각자의 꽃일 뿐이다. 하나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다. 평화를 이루고 조화를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가 된다는 것은 각자가 사라지고 없어져 융합(融合)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오히려 각자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서로의 부족함을 보충해 주는 아름다운 하모니(Harmony)다. 우리 삶도 ‘여러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어울림의 삶’을 살아간다. 조화를 이루고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룰 때는 행복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불협화음(不協和音)이 발생한다. 큰 소리가 나고, 마음이 상하고, 상처를 주고받는다. 이때가 조율(Tuning)이 필요한 때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먹는 음식의 조화가 깨지면 건강이 약해진다. 정서적으로 염려나 스트레스 수치가 과(過)하면 밸런스가 무너져 병들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건강이란 밸런스(balance)를 잘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 육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밸런스가 깨지면 조율이 필요한 때다. 우리 사회공동체도 마찬가지다. 하나됨은 ‘나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장점이 사회를 위하여 마음껏 사용되어 져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각자가 서 있는 삶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향기를 만들어 낸다. 조율(Tuning)은 악기음을 표준음에 맞도록 조절하는 것을 말하는데, 아름다운 소리는 악기가 얼마나 비싼가?의 문제가 아니라 조율에 달려있다. 악기뿐만 아니라 코로나19속에 준비되고 있는 함양산삼엑스포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생겨난 캐즘의 골짜기를 느슨해진 관계의 줄, 원하지 않는 상황과 형편의 줄, 이런저런 일들을 다시 조율해야 할 때다. 벼랑 끝에 몰려있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뛰어난 장점을 앞세워 공략할 대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캐즘의 골짜기를 뛰어넘게 하는 것은 조율이다! 비로소 우리는 함정(陷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