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니 초록의 세상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봄 햇살 아래 땅에서는 파릇한 냉이 쑥 머위가 올라오고, 물 버들은 초록의 새순을 뽐냅니다. 자연을 가득 채워가는 초록의 식물은 보기에도 색감이 싱그럽고 시원하게 흘러가는 맑은 엄천강은 마음까지 맑아지게 하는 느낌입니다. 한낮의 따스한 날씨에 여유롭게 동네 한 바퀴 거닐면서 눈에 들어오는 모습들을 마음에 담아보는 이 느낌. 한겨울의 어두웠던 답답함이 마치 봄의 싱그러움으로 인해 마음속이 톡 터지는 듯한 시원함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눈에 보이는 봄의 기운과 흡입하는 공기까지 봄은 참으로 생명이 움트는 생동감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저는 봄이 여느 계절보다 좋은 거 같아요. 그런데 전에는 몰랐던 또 다른 느낌이 있답니다. 바로 동네의 아름다운 풍경이랍니다. 저 멀리 동쪽에는 왕산 이 보이고, 남쪽에는 지리산 줄기인 노장대와 독바위가 보이고, 마을 앞에는 지리산에서부터 흘러 내려오는 깊고 푸른 엄천강이 시원하게 흘러가고 있으니 이 어찌 아름답다 하지 않겠는지요. 강 건너편에서 마을을 보면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줄기 앞으로 마을 주산인 뒷산이 마치 여자의 가슴 두 개가 밭쳐주는 모습이고, 그 앞으로 대나무 숲이 우거져 있고, 또 그 앞으로 집들이 저마다 제 위치를 잘 잡은 듯 참으로 조화롭답니다. 강 건너 새우섬이 세종대왕의 12번째 왕자 한남군의 귀향지라고 하더군요. 왕자의 귀향지는 예로부터 풍수적으로도 아주 좋은 곳을 자리 잡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살고 있는 마을 이름도 한남이 되었다고 하던데 가만 생각해보면 마을 이름도 참 좋은 느낌이랍니다. 생명이 싱그럽게 느껴지는 봄~ 1년 중 가장 여유롭고, 마음이 편한 계절~ 가을에 밤 농사, 겨울에 곶감 농사를 하다 보면 사실 조금의 여유도 없이 너무나 바쁜 일상이거든요. 그래서 해마다 봄이 되면 동네 한바퀴 둘러보고 풍경을 감상하면서 생각의 여유를 누리게 되니 이젠 봄이 되면 습관처럼 몸이 개운하고 활기가 나는 기분 좋은 느낌이랍니다. 그런데, 가만히 쉬지 못하는 남편 덕분에 봄인데도 올해는 일을 제법 하고 있답니다. 올해는 신품종 과일나무를 약 200주 심었고, 샤인머스켓포도 50주를 비롯 산양삼1만개와 더덕, 도라지 등 각종 약초와 채소를 약20종류 심었는데 남편은 채소와 약초 종류는 가족이 먹거나 주변에 나눠 먹는 용도라고 하네요. 신품종 과일 나무는 남편이 5년 전에 시범적으로 몇 그루 심었었는데 그 맛이 너무 좋아 이번에 마음먹고 200주나 심게 되었답니다. 몇 년쯤 지나면 수익도 꽤 될 거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표고도 종균 10판을 하였으니 가족끼리 먹기에는 엄청난 양일테지요? 아직 남은 산양삼씨 3만개는 남편이 엄두가 안나는지 아직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걸로 봐서는 가을이 되어야 심게 될 듯 싶은데 남편이 또 언제 갑자기 산삼을 심자고 할지 모르겠네요? 밤, 곶감 농사의 엄청난 노동에 비하면 봄에 하는 일은 사실 큰 힘든 점 없이 하는 느낌이랍니다. 어쩌면 봄에 하는 일들은 정해진 일정과 시간에 쫓기지 않아서 부담감이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일이라는 게 참 묘한 것인가봐요. 아니 어쩌면 욕심일테지요. 사람들은 참 열심히 일하면서도 ‘열심히’가 어떨 땐 사람을 망가지게 하는 무지막지한 괴물이 되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길들어 가는것 같아요. 주변을 보면 어저께까지 죽도록 일하시다가 오늘 갑자기 운명을 달리하는 안타까운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요. 남편도 요즘 가만 보면 그렇게 닮아 가는 건 아닌지 스스로 걱정을 하고 있는 눈치더군요. 주간함양 독자님~ 그리고 함양군민 모든 분~ 생동하는 봄의 여유 속에~ 마음속에도 초록의 싱그러움이 깃드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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