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집(後集)63장옛 고승(高僧)이 이르기를 ‘대나무 그림자가 섬돌을 쓸어도 먼지가 일지 않고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물에는 흔적이 없다’고 했고 옛 선비가 이르기를 ‘흐르는 물이 급하여도 그 언저리는 늘 조용했고 꽃이 비록 자주 떨어져도 마음은 스스로 한가롭다’고 하였으니 사람이 언제나 이러한 뜻을 가지고서 사물을 대한다면 몸과 마음이 어찌 한가롭지 않으랴.<원문原文>古德(고덕)이 云(운)하되 竹影掃階塵不動(죽영소계진부동)이요 月輪穿沼水無痕(월륜천소수무흔)이라 하고, 吾儒(오유)가 云(운)하되 水流任急境常靜(수류임급경상정)이요 花落雖頻意自閑(화락수빈의자한)이라 하니, 人常持此意(인상지차의)하여 以應事接物(이응사접물)이면 身心(신심)이 何等自在(하등자재)리오.<해의解義>위 설봉화상(雪峯和尙)의 시는 곧 나타난 현상은 허(虛)한 것이며 허하면 통한다는 진리는 옳은 것이고 아래의 소옹(邵雍)의 시는 변화하는 가운데 변하지 않는 진리를 읊는 것이다. 사람이 만약 이와 같은 마음을 지닌다면 곧 천지의 원리와 이치를 훤히 깨달은 것이므로 화제의 사물에 전혀 구애받지 않은 진정한 자유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주註>古德(고덕) : 옛날이 덕이 높은 중, 여기서는 당(唐)나라의 설봉화상(雪峯和尙)을 말함. 月輪(월륜) : 달을 둥근 수레바퀴에 비유한 것. 儒(유) : 유가의 선비, 여기서는 송나라의 소강절(邵康節)을 말함. 境(경) : 지경, 둘레. 何等(하등) : 얼마나 ~하였는가. 自在(자재) : 자유자재함, 자유로움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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