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이렇게까지 세계적으로 단절되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거리를 두며 살게 된다는 것을, 2월 3일 일본에서 한국으로 올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였습니다. 부모님께 다음에 일본으로 갈 날짜까지 말하고, 저한테 필요한 물건들, 옷이나 칫솔 화장품은 일본 집에 다 두고 왔습니다. 제가 일본과 한국을 왔다 갔다 하면서 당분간은 부모님께 지금까지 못했던 효도를 하면서 살아야 되겠다고 다짐하고 부모님도 그러면 좋겠다고 동의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일본에서 한국으로 왔다가 얼마 안 될 때에 설마설마 했던 코로나의 대확산이 일어났습니다. 처음에는 부모님께 “더 조금하면 가라앉을 거예요. 괜찮아지면 바로 갈게요”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알츠하이머증인 어머님을 혼자 돌보는 아버지도 제가 일본에 올 때까지만 참고 노력해야지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계셨지만 그 상황이 길어지면서 조금씩 마음이 약해지셨습니다. 다른 사람에 화나거나 불만이 생기면 이렇게 약해지지 않으셨을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우리 아버지는 자기의 부족함 때문에 모든 일이 잘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셨습니다. 아침에 거울을 보면서 “네가 왜 그래 네가 잘 못하니까 마음이 약해지고 다 어려워지는 거야”라고 자기 자신에게 말한다는 아버지의 말을 들었을 때는 충격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하루에 한 두 번 하는 영상통화시간이 30분, 1시간으로 길어졌습니다. 게다가 작년에 우리 큰딸이 일본에 있을 때는 심하게 변하지 않았지만, 현재 어머니의 알츠하이머증상이 급속도로 심해지고 있습니다. 저를 엄격하게 키우셨던 모습은 지금 어머니한테서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요즘 과거에 대해서 여쭤 봐도 아예 기억이 없는 어머니를 보면서 아직 기억이 확실할 때 더 들어주면 좋았을 텐데 라고 후회가 됩니다. 제가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어머니의 옛날이야기를 시작하시면 저는 습관적으로 듣기만하고 어머니의 심정을 배려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제2세계대전을 격고 오셨던 분이라서 살아남기 위한 고생이 상상을 초월하고 그 내용이야말로 자서전을 한권 쓸 수 있는 만한 과거였습니다, 지금 다시 들어준다면 어머니의 심정을 헤아리고 함께 울고 웃고 해줄 수 있을 텐데 아쉽습니다. 어렸을 때는 “또 시작했다”고 듣기 싫었던 이야기가 지금은 그립습니다. 요즘 실수도 많아졌던 어머니를 아버지 혼자 보기에는 이제 한계인 것 같았고, 오빠와 올케와 상의하여 홈에 들어가시는 방향으로 정했습니다. 홈도 종류가 여러 가지 있습니다. 시설처럼 되어 있으면서 개인공간이 없는 것, 공동주택과 같이 개인 방을 얻어서 개인공간이 있는 것 등 진짜 다양합니다. 고르기가 쉽지 않았지만 올케가 잘 소개해주고 신청하자마자 방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서로 하나씩 방을 옆으로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이웃으로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합니다. 지금 사정에서는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지만 요즘 왠지 허전합니다. 자기가 태어났던 집에 부모님이 안 계시게 된다는 현실에 아주 묘한 느낌입니다. 지금 느낌을 비유하면 뿌리는 뽑았는데 괜찮은 척 피고 있는 꽃 같은, 당연히 힘이 없는 상태인 것이죠. 그런데 이 정도 가지고 시들면 안 된다고 열심히 피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진짜 갑자기 눈물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그 집에서 당연하게 보냈던 부모님과의 추억이 떠오르고 그립습니다. 그 때의 자기를 제3자처럼 보면서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일본에 못가는 상황은 제가 나쁜 것도 아니고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데 자꾸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이런 느낌 많은 분들이 겪고 오셨죠. 당연히 언젠가 자기 고향을 가슴에만 담고 살아야 될 때가 오겠다는 각오는 하고 있는데... 그 첫 단계인 것 같습니다. 지금 봐서는 부모님의 삶이 편하게 지낼 수 있어야하고 불안함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제일 신경 써야 될 일입니다. 2주 전에 어머니가 10일정도 요양센터에 숙박하셨을 때부터 올케가 아버지만 혼자 집에 있으면 힘들고 같다고 밤마다 우리 집에 와서 자고 부모님을 돌봐주고 있기 때문에 인지 지금 아버지의 표정이 아주 좋아졌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모든 책임이 자기한테 있다는 부담에서 벗어나고 여유가 생겼습니다. 지금 이 상황 속에서는 무조건 부모님 주변에서 도와주시는 분에게 감사드리고, 부모님의 즐거운 삶의 환경을 만들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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