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노린내가 나서 집안에 들일 게 못 되는 고약한 동물이라고 알고 있었다. 내가 그 냄새를 직접 맡아본 적은 없지만 매년 곶감 깎을 철에 우리 집에 오시는 절터댁 할머니가 “함부로 키울 생각 말아~ 고양이는 노린내 나서 못써~”라고 여러 번 얘기하셔서 고양이는 냄새가 심하게 나는 모양이다고 믿게 되었다. 더군다나 고양이는 언젠가는 집을 나간다고 하니 개를 좋아해서 멋쟁이 양치기 개를 두 마리나 키우고 있는 내가 고양이를 키우게 될 일은 없었다. 그래서 재작년 가을 아내랑 산책길에 마주친 어린 길냥이 한마리가 졸졸 따라 왔을 때 그 때까지도 내가 고양이를 키우게 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대부분의(모든) 길냥이는 사람을 마주치면 후다닥 도망가는데 이 녀석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백년 만에 만난 반가운 친구인양 내 발목에 목덜미를 비벼대는데 허리를 숙여 살펴보니 굶주려 배와 등이 구분이 없었다. 짠해서 일단 구조한다는 생각으로 집에 데려와서 개밥을 먹이고 현관 앞에 임시 거처를 만들어 재워주었다. 그런데 이 녀석이 넉살이 어찌나 좋은지 어어 하는 순간 집 안으로 밀고 들어왔고 또 우째 우째 하다 보니 예방 접종에 중성화까지 시키게 되었는데 다행히 알고 있던 것과는 달리 고양이에게서는 노린내가 나지 않았다. 고양이는 추위를 많이 탄다고 해서 첫해 겨울에는 집안에서 키우다가 다음 해 봄에 마당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살게 했는데 집을 나갈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잠은 현관에서 재우고 있다. 아내도 처음에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녀석(수리)이 애교를 어찌나 부리는지 고양이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요즘은 눈만 뜨면 찾는다. 수리를 키우면서부터는 고양이에 대한 생각이 완전 달라졌다. 그리고 수리 외 우리 집에 때만 되면 밥 얻어먹으러 오는 길냥이가 두 마리 더 있다. 그 중에 꼬리라고 이름을 지어준 어린 치즈 한 마리는 밥 먹으러 온지 한 달 밖에 안 되었는데 수리랑 절친이 되어 잠도 현관에서 같이 잔다. 서리라고 이름 지어준 녀석은 좀 사납게 생겼다. 싸움도 자주하는 모양으로 조폭이 연상되는 거친 녀석인데 밥 먹으러 온 지 일 년이 다 되어간다. 이 녀석은 고기 맛을 알아 어떤 때는 사료를 주면 먹지 않고 고기를 달라고 정중하게( 아내의 표현) 요청한다. 한껏 감정을 실은 매력적인 카운터 테너로 지난번에 먹었던 고등어 캔을 예찬하는 노래를 하면 아내는 마음이 약해져 자꾸 이러면 안 되는데...하고는 고등어 캔을 하나 딴다. 재작년 겨울 몇 개월 동안 집안에서 수리를 키울 때는 배설물 처리 문제로 애를 먹었다. 고양이 몸에서 냄새는 안 나는데 고양이가 배설한 똥오줌은 냄새가 고약했다. 화장실에서 똥을 싸는데 안 방에서 알아 챌 정도였다. 다행히 고양이는 개와 달리 따로 훈련을 시키지 않아도 아무데서나 배설하지는 않았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화장실 배수구에 똥을 싸고 오줌도 누었다. 실내에서 고양이 키우는 사람은 대부분 전용 화장실로 모래 상자를 사용한다. 고양이는 모래 위에 변을 누고 앞발로 모래를 삭삭 긁어 덮는다. 이것은 본능이라 수리는 화장실 배수구에서 배설하고도 타일 바닥을 긁어 덮는 시늉을 했다. 이제 잠만 현관에서 재우고 마당에서 키우니 고양이 키우기에 어려움은 하나도 없고 즐거움만 넘친다. 사실은 오늘 내 인생을 되돌아보는 소박한 글을 쓰다가 고양이 키우는 이야기로 빠져 버렸다.그런데 참 묘(猫)하다. 이 글에 고양이 대신 인생이라는 단어를 넣어도 얼추 내가 하려던 이야기가 되는 거 같으니 말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