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과 7일 열리는 함양장날이 나를 기분 좋게 하는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최고는 시장에서 파는 여러 종류의 꽃들 때문이다. 남녀노소 꽃을 싫어하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특별한 날 우리는 꽃을 선물하고 받음으로 행복을 느끼고 우울함도 날려 보낸다. 하는 일의 특성상 다양한 정원을 구경하고 노하우를 들을 기회가 많은데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조경이나 원예를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오랜 시간 정원을 가꾸고 달인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정원의 주인장들은 “눈으로 보는 것은 무료입니다. 마음껏 보고 가세요”라며 나그네에게 과분한 친절을 베푼다. 그래서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그분들의 정원을 감상한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풀뽑기며, 물을 주고, 벌레 잡고, 나무를 다듬고 많은 수고와 노력이 들어간 정원은 주인들의 분신과도 같다. 그래서 함부로 대하지 말기를 간곡히 부탁해 본다. 꽃을 좋아하는 개인의 취향에 더해져 여러 곳의 정원을 감상하던 차 어느 날 특별한 정원을 발견하게 됐다. 함양국유림관리소가 있는 하백마을에 위치한 ‘바람개비뜰’이다. 이 정원은 이영복 선생이 손수 만든 정원으로 지나가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바람개비뜰을 꾸민 이영복 선생으로부터 정원을 가꾸는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많은 사람들은 봄이 되면 마당에 나무와 꽃을 심는다. 그런데 초보정원사는 어떤 나무를 심어야 할지, 어떤 꽃을 사야할지 많이 망설이게 된다. 꽃이나 나무를 구입한 후 마당에 심을 때도 어느 위치에 심어야할지 고민하게 된다. 바람개비뜰 정원 주인장 이영복 선생은 “집을 새로 지을 경우 터를 정했으면 집부터 지을 것이 아니라 마당 조경부터 해야 합니다. 나무가 크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집부터 짓고 조경을 하는데 저는 마당 정원을 가꾼 다음에 집을 손보고 고쳤지요” 나의 고정관념을 날려 버리는 이 선생의 조언이었다. 이 선생은 어둑해지는 시간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게 정원관리에 대한 많은 것을 풀어냈다. “정원을 만들기 전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이 제대로 빠질 수 있게 배수시설을 잘 만들어야 하지요. 물 빠짐이 좋지 않으면 사람이나 식물이나 건강하게 자랄 수 없답니다. 그리고 잘 만들어진 정원을 많이 봐야 합니다. 초보자일 경우에는 남들이 만들어 놓은 정원을 보고 조금씩 따라해 보기를 권합니다” 이 선생은 지금도 잘 만들어진 정원이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만사를 제쳐두고 직접 보러 다녀오신다고 했다. 그런 이 선생의 열정이 지금의 바람개비뜰을 있게 했으며 집집마다 멋진 정원을 가진 마을이 된 듯 하다. 이영복 선생은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다 퇴직 후 고향 함양으로 귀향했다. 당뇨가 있었는데 정원을 가꾸며 건강관리를 잘 해 지금은 당뇨증세도 많이 완화되었다고 했다. 기분 좋은 소식을 마지막으로 알려 주시고 황금빛 인생 정원생활자 이영복 선생과의 대화는 마무리 되었다. 이영복 정원생활자의 ‘바람개비뜰’을 기준으로 한 정원꾸미기 ●정원 설계✽평평한 정원은 단조로워 재미가 없다. 작은 돌계단을 만들고 작은 언덕을 만들어 생동감을 주어야 한다.(작은 오솔길 느낌) 작은연못, 분수, 조형물을 설치하면 볼거리가 풍성해진다. ✽잘 만들어진 정원을 견학할 때 전체를 모방하려면 어렵고 힘들다. 모둠별로 보거나 작은 구역별로 보고 모방하길 권한다.●정원수(나무) 선택할 때의 기준✽사계절 잎을 볼 수 있는 나무 위주로 식재할 것(향나무, 주목, 소나무, 남천, 홍가시나무, 은목서)✽향기가 있는 나무(만리향, 천리향)✽넝쿨식물로 휀스나 담장꾸미기(초설, 자스민개나리, 능소화, 마삭줄, 으름넝쿨)✽그 외 영산홍, 여러 종류의 단풍나무, 산딸나무 등●초화류 심을 때 기준✽한 종류의 꽃을 구역을 나누어 모둠으로 식재한다.(눈송이꽃) ✽꽃이 지더라도 푸른 을 유지하는 꽃 위주로 심는다.✽돌틈사이에 심는 식물도 잎이 사계절 변하지 않는 식물 위주로 선택한다.(애란, 돌단풍 등) ●사소하지만 중요한 팁✽나무는 초봄에 옮겨 심는 게 좋다(3월). 가을에도 나무를 심기도 하는데 곧 겨울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에 되도록 초봄에 심는 것을 권한다.✽묘목은 아주 비싸고 좋은 것이 아닌 저렴한 것으로 구입했다.✽모든 것을 내손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남에게 맡기기 시작하면 비용이 많이 든다. 예를 들면 나무 가지치기, 휀스 설치, 조형물 설치, 조명 설치(태양열) 등이 해당 된다.✽은퇴 후 새집을 지을 때 너무 크고 멋지게 짓기보다 아담하고 살기에 편안한 집짓기를 추천한다.✽조경용품은 발품을 판 만큼 좋은 것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조경과 관련된 박람회장이 있으면 참석한다)✽나무 전지는 꽃과 열매가 있을 때를 피해서 하라(소나무는 6월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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