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병원이다. 며칠 전 삼중추돌 사고를 당했다. 폐차를 권유받을 만큼 차가 부서진 것에 비하면 뼈가 부러지고 인대가 파열되는 등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왼쪽 다리에 깁스를 한 상태이고 염좌로 온 몸이 쑤시고 아파서 병원에 누워 있다. 몇 년 전에도 사고를 당해 한 달간 입원을 했고 퇴원 후 6개월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치료만 받은 일이 있다. 지금 출근도 못하고 허연 병원에 누워 있으려니 힘들고 답답하다. 내게는 정말 힘들고 어려운 시기이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만나는 때가 있다. 그럴 때 종교를 가진 사람은 절대자에게 기도하여 힘을 얻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타인이나 사물을 통해서 큰 위로를 받는 등 나름대로 다양한 방법으로 그 상황을 이겨 내려한다. 그런데 나는 지금까지의 내 삶에서 큰 기쁨과 감동을 안겨 주었던 삶의 한 부분을 생각한다. 바로 내가 막연히 꿈꾸었던 개인저서를 쓴 일이다. 개인저서 ‘말하기 능력이 스펙이다’를 쓰기 전에 난 한 어린이집에서 계약직 종일반 교사로 일을 했다. 원장님의 배려로 즐겁게 일을 했으나 갈수록 처음 약속했던 일들이 지켜지지 않아 둘 사이에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점점 어린이집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식어가면서 내 마음 속의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고 외쳤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가졌던 꿈인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바로 행동에 옮겼다. 책 쓰는 일은 프리아나운서 MC로서 나를 브랜딩할 수 있는 길이며 어릴 때부터의 꿈인 작가로 나아가는 일이기에 7주과정의 책쓰기 수업에 참여한 것이다. 목요일만 되면 열두 시 반까지 어린이집에서 일을 하고 두 시 이십 분에 분당 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졸리는 눈을 달래며 토론수업 준비를 하고 여덟 시부터 열시 반까지 수업이 끝나면 질문도 하고 동기들과 못 다한 이야기도 하며 정보를 교환했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이동해서 열두 시 이십 분 심야버스로 창원에 도착하면 새벽 다섯 시. 한 시간 남짓 눈을 붙이고 남편 출근을 도우면 여섯 시 반. 아이들 아침을 준비하고 정작 나는 먹는 둥 마는 둥 다시 어린이 집으로 출근을 했다. 몸이 아파서 수업을 포기하려다 계속 참여를 하는 도중 강사로부터 경쟁도서를 안 샀다고 심한 독설을 듣고는 오히려 독기가 발동했다. 경쟁도서 몇 십 권을 한꺼번에 사서 주말에 거의 읽어버린 것이다. 꼭지 제목이 정해지고 6주부터 몸이 정상이 되어 2월 말에 어린이집을 그만두었다. 너무 힘든 과정이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기에 강한 믿음과 의지로 버텼다. 실업급여를 받으며 책 쓰는 일에만 전념했는데 하루에 여덟 시간씩 한 달 하고 일 주일만에 초고를 완성했다. 딸아이에게 읽히고 나도 읽고 또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 감격 그 자체였다. 머리를 식힌 다음 탈고에 들어갔고 출판사 백여 군데 투고를 해서 더로드 대표님의 전폭적인 지지로 ‘말하기 능력이 스펙이다’라는 개인 저서가 탄생했다. 초고를 쓰고는 펑펑 울었고 출판된 책을 안고서는 너무 기뻐서 책에서 손을 떼지를 못했다. 그 때의 감격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아무도 자기 자신만큼 자기를 사랑하고 자신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인생에서 힘들고 어려운 때일수록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치고 힘들 때 읽는 여러 가지 책에서도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믿고 아끼고 사랑하라고 조언한다. 나는 지금 나 자신을 믿는다. 잘 이겨낼 것이라 스스로를 격려한다. 그리고 이만하기 다행이라 생각하고 감사한다. 누군가의 어려움이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고 누군가의 목표달성이 또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꿈이 되고 도전이 된다. 우리는 서로를 보고 배우며 함께 어울려 사는 존재 아닌가. 힘들 때일수록 나에게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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