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막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다녀온 적이 있다. 학교는 지난 겨울방학 동안 안팎을 수리해 깨끗하고 예쁘게 단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각 교실에서는 사이버 영상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의 목소리만 창문 너머로 들려왔다. 예년 같으면 생기발랄한 아이들의 목소리로 가득해야 할 학교와 교실이 너무 썰렁했다. 모든 일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학교가 너무 외로워 보였다. 마치 학교와 운동장이 아이들을 잃어버려 슬픔에 잠겨 있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2020년을 사는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학생들은 학교생활과 친구, 선생님들은 학생, 어떤 이는 친구, 어떤 이는 봄의 즐거움 등등. 2020년의 봄은 가혹하기만 하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바람과 함께 찾아오던 생기 넘치는 봄이 올해는 쓸쓸하기만 하다. 그동안 일상에서 즐기던 많은 것을 단번에 빼앗아 가고 불안과 경계만을 안겨준 계절이 되고 말았다. 동화로 익숙한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희곡 ‘파랑새’는 틸틸과 미틸이 행복이란 파랑새를 찾아 떠나는 내용이다. 온 세상을 찾아 헤매며 찾던 파랑새를 만난 곳은 그들의 집이었다. 결국 저자 마테를링크는 행복이란 멀리 있거나 크고 화려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세상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소박한 행복들이 있거든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행복을 전혀 알아보지 못해요” 2020년 봄 우리는 예전에 비해 잃어버린 것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잃어버린 것만 생각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우리를 더 힘들고 비참하게 만든다. 많은 것을 잃었다고 생각되는 이 순간, 내 주변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그동안 발견하지 못한 작지만 소박한 새로운 행복을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에게는 삼 남매가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올해 봄처럼 아이들과 오랫동안 가까이에 있으면서 함께 지낸 시간이 없었다.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 때문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아이들과 24시간 함께 지내는 것이 서로에게 불편한 것도 많이 있다. 먼저는 생활습관(자고 일어나고, 식사)의 차이로 인한 갈등이다. 다음은 어느 순간부터 늘어난 잔소리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이들과 지내면서 새롭게 발견하는 행복이 있다. 먼저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늘었다.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또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시간과 기회가 많아졌다. 그동안 다섯 명밖에 되지 않는 식구가 한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한 적이 그리 많지 않던 것 같다. 또 필자가 사는 곳은 한적한 시골이라 가족과 함께 산책하는 것도 행복 중 하나다. 분명한 것은 이 아이들이 더 자라면 이 같은 시간을 다시 가지기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우리의 상황과 환경을 탓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파랑새’의 이야기처럼 환상에 사로잡힌 ‘행복’이 아니라, 우리 삶의 일상에 주어진 작은 행복을 찾아 함께 누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그동안 누려오던 것을 하지 못하는 것만 ‘잃어버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니다. 미처 발견하지 못해 누리지 못한 것도 ‘잃어버린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가 누려오던 것 중 지금 누리지 못하는 것이 많이 있다. 그러나 잃어버린 것만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더 많은 것을 잃게 된다.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에서 그동안 우리가 발견하지 못해 놓쳐 버린 것을 찾아가는 삶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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