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암괴석으로 알려진 설악산 울산바위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다. 생뚱맞게 설악산에 자리한 울산바위처럼 함양에도 그와 버금가는 ‘울산식당’이 있다. 울산과 연고가 있는 사람이 주인일까 싶지만 울산식당의 주인은 함양 신당골 사람이다. 울산식당은 30여년 동안 한 자리에서 한 가지 메뉴만 판다. 바로 ‘추어탕’. 추어탕 하면 남원을 떠올리기도 하겠지만 함양에서 추어탕은 곧 울산식당이다. 지리산함양시장의 역사와 함께 해 온 울산식당은 친정어머니로부터 음식을 배워 식당을 차린 최선자(80)씨로부터 시작됐다. 오로지 추어탕 한 그릇으로 판자지붕 아래 재래시장에서 장사를 하거나 장을 보던 이들을 배를 따시게 채워주었다. 그 옛날 어르신들은 점심으로 추어탕을 먹기 위해 오전10시가 되면 줄어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추어탕은 먹은 후 3시간이 지나면 배가 고플 정도로 소화력 좋다. 그런 이유로 어르신들에게 추어탕은 인기메뉴다. 단골과 함께 세월을 보낸 원주인 최선자씨는 이제 울산식당 바통을 아들 이현근(55)씨에게 넘겼다. 이현근씨는 어머니의 노하우를 전수받아 7년째 울산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미꾸라지는 5일 기준으로 양을 조절해서 공수해 온다. 미꾸라지는 오래두면 스트레스를 받아 살이 빠진다. 추어탕은 곰국처럼 고아 먹는 게 아니고 끓여서 먹는 것, 미꾸라지 가시에 붙은 살을 채에 걸러 끓이니 살점이 있어야 제 맛이 난다. 살아있는 미꾸라지는 다음날 판매할 양만큼 손질하고 삶는다. 이 작업은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해야 한다. 울산식당 추어탕은 미꾸라지와 단배추가 주 재료다. 이현근씨는 30년간 변함없는 어머니의 추어탕 비법으로 단배추의 단맛을 꼽았다. 울산식당은 함양의 한 농가와 계약재배하여 단배추를 구입하고 있다. 첫 거래했던 농가 어르신이 연세가 많아 지금 농가로 소개받은 후 10여년 째 거래중이다. 이씨는 “배추도 이곳저곳 맛이 다르다. 같은 종자로 같은 조건에서 농사짓는 그 배추로 해야 본래의 맛이 난다. 시장에서 사는 배추는 맛이 없다. 이 농가의 배추는 부드럽고 단맛도 진하다”고 했다. 단배추 외 울산식당의 밑반찬은 대부분 함양산이다. 이씨는 “추어탕에 넣는 제피도 시골 어르신의 손에서 나온다. 마늘도 손으로 까서 주니 향도 진하고 어르신이 가져온 야채는 양도 많아 손해될 건 없다”고 했다. 추어탕은 남원식과 경상도식의 차이가 있다. 남원식은 들깨가루가 많이 들어가고 경상도 추어탕은 깔끔한 맛으로 먹는다. 제피가루가 향을 더한 경상도식 울산식당 추어탕을 관광 와서 먹어본 후 전국에서 택배로 주문한다. 관광객 입소문에 단골까지 더해져 울산식당은 주말에 더 바쁘다. 자녀와 손주들이 고향에 오면 30여년 단골인 부모님과 울산식당을 찾는 건 가족행사의 코스가 된 것이다. 추어탕 하나로 함양사람 입맛을 젖게 한 30년 전통 울산식당 명맥을 유지하려면 맛이 유지돼야 한다. 아들이라고는 하나 비법전수는 깐깐했다. 물의 양, 미꾸라지 삶는 시간 등 어머니의 래시피가 그대로 녹아 있지만 이현근씨는 “음식으로 속이지 말고 돈 아깝다고 양념 아끼지 말라”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항상 되새긴다. 아직도 손님들은 추어탕을 주문하면서 어머니 얼굴을 한번 보고 국물을 뜬다. 어머니가 안계시면 맛이 없다고 하고 맛이 변했다고 하니 최선자씨는 여전히 울산식당의 절대권력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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