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집(後集)14장가물거리는 등잔에 불꽃이 없고 해진 갖옷에 따스함이 없으니 이 모두 삭막한 풍경이요, 몸은 마른 나무와 같고 마음은 싸늘히 식은 재와 같으니 완고한 공의식(空意識)에 떨어짐을 면하지 못하리라.<원문原文>寒燈無焰(한등무염)하고 敝裘無溫(폐구무온)은 總是播弄光景(총시파롱광경)이요 身如槁木(신여고목)하고 心似死灰(심사사회)는 不免墮在頑空(불면타재완공)이니라.<해의解義>담박한 생활도 너무 지나쳐 기름이 없어 꺼져가는 등불이나 떨어진 털가죽 옷과 같은 것이라면 이는 삭막한 풍경일 뿐이다. 인생무상, 제행개공(諸行皆空)의 진리를 깨달았더라도 생명력이 없이 마른나무나 식어버린 재와 같다면 이는 단순한 허무의식에 빠져 헤어나지 못함이나 끝내 참된 진리를 깨닫지 못할 것이다.<주註>寒燈(한등) : 가물거리는 차가운 등잔불. 敝裘(폐구) : 해진 갖옷. 구(裘)는 털가죽으로 만든 옷. 播弄(파롱) : 마구 희롱함, 삭막한 풍경을 의미함. 死灰(사회) : 죽은 재, 불이 꺼진 재. 頑空(완공) : 모든 원리와 현상을 공(空)의 관점에서만 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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