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집을 2층으로 증축해야겠다고 한다. 아니 지금 사는 집도 부부가 살기에는 충분히 넓은데 도대체 무슨 소린가 싶어 깜짝 놀랐다. 그런데 우리 사는 집 얘기가 아니고 현관에서 잠을 자는 고양이 수리의 겨울주택을 증축하겠다고 해서 즐겁게 웃었다. 평소 현관 앞 데크에 있던 수리의 집을 올 겨울엔 현관 안으로 들이고 춥지 않게 헌 옷으로 보온 을 해주었다. 바깥출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현관문에 작은 개구멍을 내고 소 혓바닥만한 출입문을 달았는데 지리산 자락이 놀이터인 반 야생의 수리가 적응을 잘 해주어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우리 집에 아침저녁으로 하루 두 끼 밥만 얻어먹고 가는 길냥이 서리가 그 개구멍으로 살그머니 들어와 수리 밥을 서리해먹는 일이 잦아졌다. 한번은 수리에게 간식으로 삼겹살을 조금 주었는데 어떻게 냄새를 맡고 왔는지 서리가 개구멍으로 들어와 수리를 밀쳐내고 먹다가 중문을 여니 후다닥 개구멍으로 달아나는 것이었다. (이넘아~ 기왕 용기를 내어 들어왔으면 맛있게 먹고나 갈 것이지... ) 수리가 가끔 맛있는 걸 먹는다는 걸 눈치챈 서리가 개구멍으로 들락거리기 시작한 게 한 달 쯤 되었나 보다. 첨엔 이 녀석이 하도 동작이 빨라 현관에서 직접 볼 수는 없었다. 중문 근처에 사람 발자국 소리만 나면 이 녀석이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무엇인가가 들어왔다가 나갔다고 짐작만 할 뿐이었다. 중문을 열면 가끔 개구멍 출입문이 털럭하고 흔들리는 것을 보아 그렇게 짐작하는 것인데 그야말로 심증은 있지만 물증을 확보할 수는 없었다. 한번은 겁쟁이 서리가 현관에 들어와 있는 걸 목격하고 싶은 마음에 고양이 발걸음보다 더 조심스레 살금살금 다가갔다. 녀석이 현관에 들어와 수리가 남긴 밥을 먹는 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장난기가 발동해 터지는 웃음을 참고 소리 없이 다가가 문을 왈칵 열었는데 서리의 주의력은 한 수 위였다. 내가 중문에 손을 대는 순간 녀석은 이미 개구멍을 통과했고 문을 드르륵 여는 순간 녀석은 마당을 가로질러 돌담 위로 올라갔다. 내가 너냐? 너 들어왔었지? 하고 현관문을 열고 뒤쫓아 나가니 녀석은 앞마당 장독 위에서 하늘을 보며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렇게 잽싸게 도망가던 서리의 동작이 둔해졌다. 그야말로 바람처럼 사라지던 녀석이었는데 언제부턴가 개구멍으로 빠져나가며 꼬리를 보여주더니 차츰 엉덩이를 보여주었다. 마치 나 잡아봐아라~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제는 도망을 가지 않고 현관 안에서 나를 빤히 쳐다보며 냐아옹~하는 것이다. 나 여기서 살아도 될까요? 하고 물어보는 것 같았다. 아내가 수리의 집을 2층으로 증축하겠다는 건 서리의 방을 만들어주겠다는 거다. 훌륭한 고양이 집 건축가인 아내는 종이박스를 제단하고 헌옷을 덧 씌워 고양이 집을 2층으로 증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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