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집(後集)8장사람들은 글자 있는 책은 읽을 줄 알지만 글자 없는 책은 읽을 줄 모르며 줄이 있는 거문고는 할 줄 알지만 줄이 없는 거문고는 탈 줄 모르니 형체만 사용하고 그 정신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어찌 금서(琴書)의 참맛을 깨달을 수 있겠는가.<원문原文>人解讀有字書(인해독유자서)로되 不解讀無字書(불해독무자서)하며 知彈有絃琴(지탄유현금)이로되 不知彈無絃琴(부지탄무현금)하나니 以跡用(이적용)하고 不以神用(불이신용)이면 何以得琴書之趣(하이득금서지취)라 하리오. <해의解義>글이나 거문고는 곧 인간의 정신을 표현해 내는 수단이나 도구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글로써 표현한 진정한 뜻을 간파하고 거문고로써 표현되는 음악의 진정한 정신적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사람들이 다만 글자의 해석에만 매달리고 거문고의 줄이 울려내는 감각적 차원의 음악만 즐기면서 진정 그것이 표현하고자 하는 정신의 참뜻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수박의 겉만 핥으면서 수박 맛을 보았다고 우기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 대목은 동양적 인식 방법 중 가장 중요시되는 직관의 중요성을 설파한 것이다. <주註>無字書(무자서) : 글로써 표현하지 않은 책. 彈(탄) : 타다, 튕기다. 無絃琴(무현금) : 줄이 없는 거문고. 跡(적) : 겉으로 드러난 자취. 何以(하이) : ~로서 어찌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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