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도 대부분 그렇겠지만 우리나라도 지방마다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그 지방의 고유한 특색이 있다. 천편일률적으로 모두가 다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인간성도 지역마다 그런 경향이나 기질이 있다는 것은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우리 함양이 속해 있는 경상도도 그런 특성이 여러 가지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경상도 사나이”라는 말일 것이다. 이 말은 좋은 이미지로 사용하는 말인 것 같다. 입이 무겁고, 사람이 무게감이 있으며, 씩씩한 남자다운 기상을 표현하는 문구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 남자들은 아마도 이전에 한두 번씩 자신을 경상도 사나이라며 어깨를 으쓱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또 그런 면이 어느 정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일을 해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저돌적인 남성미를 가지고 있다. 때론 너무 앞뒤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나아가다가 일을 더 힘들게 만드는 때도 있지만 말이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말미암아 인구이동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그런 지역적인 특색들이 많이 감소하였고, 또 시대가 변화됨에 따라 이전에는 좋았던 점들이 오히려 단점이 되기도 한다. 오늘날 무뚝뚝한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여자들은 다정다감하고 대화가 잘 통하는 남자를 선호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시대의 흐름에 맞게 맞추어 나가는 감각이 필요한데 그것이 말처럼 그렇게 쉽지가 않다. 직장이 천안인지라 매주 버스를 타고 주말에 집으로 내려왔다가 올라간다. 고향인 서상에서 대전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서상에서 대전행 직통버스가 저녁 7시 45분에 딱 하나 있다. 그래서 군내버스를 타고 1시간 동안 함양으로 가서 대전행 버스를 타고, 대전에서 다시 천안가는 버스를 타고 간다. 그리고 버스터미널에서 집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간다. 그러면 대략 시간이 4시간 40분 정도 소요된다. 자가용으로 가면 2시간이면 충분히 가는 거리인데 2배가 넘게 걸리는 셈이다. 버스는 거의 대부분이 거창여객이나 지리산 고속이다. 그런데 차를 타고 다니면서 목격하는 광경 중의 하나가 탑승할 때 벌어지는 상황이다. 젊은 사람들은 누구나 다 글을 알기 때문에 행선지와 출발시간을 다 안다. 하지만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글도 모르는 분이 계시고 또 직접 기사님에게 확인해야 안심이 된다는 것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버스를 탈 때 “이 차 어디 어디 갑니까?”라고 묻는다. 친절하게 대답해 주는 분도 있지만 자주 목격하는 광경이 “앞에 써 있잖아요”하며 퉁명스럽게 말을 던지는 분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운전으로 인해 몸이 피곤해서 그런지, “갱상도 싸나이”라서 그런지 모르겠다. 그리고 “대전까지 얼마나 걸립니까?” 물으면 “가 봐야 알지요” 하면서 귀찮다는 듯이 대답하기도 한다. 물론 가봐야 아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교통이 막힐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객이 묻는 것은 그런 정확한 것이 아니고 일반적으로 얼마나 걸리는가를 묻는 것인데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피곤해서 그런지 아니면 “갱상도 싸나이”라서 그런지 싸늘하게 대답한다. 그런데 지난 주말에 집에 내려 왔다가 평상시처럼 함양에서 대전으로 가는 거창여객 버스를 탔다. 그런데 사뭇 놀랐다. 기사님이 참 친절한 분이셨다. 회사에서 그렇게 하라고 직원들에게 교육을 시켰는지는 모르지만 참으로 기분이 좋았다. 차가 출발하기 전에 “승차권을 받겠습니다. 표를 준비해 주세요”라고 한 후 표를 거두어 갔다. 그리고 차가 출발할 시간이 되자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방송을 하였다. “오늘도 저희 거창여객을 이용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안전띠를 착용하는 것이 의무화 되어 있으니 안전띠를 꼭 착용하셔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함양에서 대전까지는 1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편안한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그리고 대전에 도착해서도 내리는 승객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는 것이었다. 서울 사람처럼 나긋나긋하고 세련된 어조는 아니었다. 뭔가 좀 어색하고 투박한 경상도 어투이지만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뭔가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느낌이라 해야 할까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기사님! 제가 보기에는 당신이 바로 진짜 “갱상도 싸나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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