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다. 저잣거리에 묘목시장이 열린걸 보면 나무심기 좋은 시기인 것 같다. 하늘을 뿌옇게 덮은 미세먼지 때문에 야외 나들이도 쉽지 않은 짜증이 묻어나는 봄이다. 삼봉산은 읍 소재지 남쪽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해발 천고지가 넘는 높은 산이지만 하루 마음먹고 발품을 팔면 다 둘러 볼 수 있는 산이다. 함양의 옛 이름이 천령으로 불리었을 정도로 지리산을 비롯하여 천고지가 넘는 산들이 즐비하여 도드라지게 인식되지도 않고 항상 가까이 접하고 있어 소중함을 몰라 그 아름다움과 역할에 상응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산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난해 여름 삼봉산 서쪽 등산로 입구에 아름다운 송림이 있다고 하여 가보았더니 검푸르게 잘 자란 전나무 숲도 있고 강원도에만 있는 줄 알았던 아름드리 붉은 금강송이 하늘을 찌를 듯 한 기세로 곧게 자란 아름다운 숲에 매료되어 그날 이후로 삼림욕을 즐기기 위해 자주 찾아가게 되었다. 삼봉산 등산을 많이 하여 삼봉산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지리산 제일문이 있는 동쪽 등산로만 왕복 하다 보니 이런 좋은 숲이 있는 것을 몰랐다. 오십여년 전에 어린 묘목을 심어 가꾼 정성과 노고에 찬사와 감사를 드린다. 동쪽 등산로에도 잘 가꾸어진 울창한 잣나무 숲이 있어 이곳 역시 산림욕 하기에 좋은 곳이다. 삼봉산은 자연림과 인공림이 잘 어울려 다양한 숲을 접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산이다. 등산로 전체 거리가 8km 정도로 하루 산행하기에 적당한 거리이고 그 중앙에 정상이 있다. 남쪽으로 지리산과 마주하고 있어 천왕봉이 동서로 뻗은 장엄한 지리산맥의 선경을 볼 수 있어 세속에 찌든 심신과 쌓인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털어 버릴 수 있는 산으로 이만한 곳이 없을 듯 하다. 산허리 부분에는 잘 개설된 평탄한 임도는 어느 둘레길 보다 아름다워 가볍게 걸을 수 있는 하이킹 코스로 적격이다. 지안재와 오도재 도로는 전국 자전거 동호회가 즐겨 찾는 명코스가 된지 오래다. 지난 3월말 오도재 주변에 단풍 숲을 조성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식목행사가 있었다. 모두 아름다운 숲 조성에 직접 동참한다는 뿌듯함 때문이지 즐거운 표정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이왕 단풍 명소를 만들려고 한다면 일정한 면적을 확보하여 단풍나무를 종류별로 심어 작은 공원 형태로 꾸미면 관광객들에게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학습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살면서 선업(善業)을 쌓을 수 있는 일이 많지만 나무 심고 가꾸는 일이 참 좋은 선업이라고 생각된다. 나무가 주는 많은 혜택들을 다른 사람도 함께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심기야 말로 미래 세대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보람된 일이라 생각된다. 산을 가꾸는 일보다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어린 시절 삼봉산 산불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 산불이 나면 며칠씩 타는 것이 예사였다. 당시는 차량이 접근할 수 있는 도로도 없었고 소방장비들이 없어 산불을 끌 엄두도 못 내고 자연 진화 될 때까지 두고 볼 수 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밤이면 먼 곳에서도 산불이 길게 띠를 이루고 타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시련기를 넘어 반세기가 지나 삼봉산에 아름다운 숲이 이루어졌다. 미세먼지를 피해 미세먼지가 없는 곳을 찾아다니는 피미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공기가 환경이 극도로 나빠졌다. 이제 청정한 환경이 재화가 되는 세상이다. 숲이 공기를 정화하고 미세먼지를 감소시킨다고 하니 잘 보호하고 가꾸는 일이 건강한 삶을 보장 받는 길이다. 쉽게 만나 힐링 할 수 있는 살갑게 느껴지는 친구 같은 삼봉산이 곁에 있어 행복하다. 나 같은 산골 촌놈이 부러워지는 시대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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