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초등학생들에게 실시한 가족에 대한 범위를 조사했는데 아이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가족이 아닌 친척으로 이해하고 분류했다. 핵가족화가 된 사회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가족은 사회 안에서 작은 공동체이다. 서로 아껴주고 이해하고 봉사하는 관계이다. 한마디로 해서 가족은 혈연을 뛰어넘어 관계성을 갖고 서로를 돕는 공동체이다. 그러니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는 조부모를 가족이 아닌 친족으로 여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분명한 것은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관계성이라는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의 정체성과 삶의 목적과 방향이 사람들과의 관계성 가운데 만들어져가고 세워지고 움직여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하지만 나 홀로 사는 사람들 특히 독거노인들의 외로운 삶의 현장 속에서 이분들을 위한 생각에 펜을 들었다.
도쿄 건강장수의료센터 노인학 연구소가 최근에 도시에 사는 65세 이상 고령자 2427명을 대상으로 외출 건수와 사회적 교류 정도를 연구 조사했다.
조사방법은 매일 한 번 이상 집 밖을 나서면 외출파로,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같이 사는 식구 아닌 친구·지인과 전화나 만남을 통해 대화를 나누면 교류파로 삼았다. 그러고는 그 정도에 따라 4년 후 이들의 일상생활 행동 능력을 비교 조사했는데 그 결과, 매일 외출하고 매주 교류도 하는 사람(A그룹). 약속이나 모임 없이 주로 혼자 돌아다니는 외출파(B그룹), 밖에는 나가지 않고 집에서 지인들과 교제하는 교류파(C그룹)가 비슷하게 분포했다. 드물게는 아무것도 안 하는 고립파도 있었다. 4년 후 신체 활력과 자립도를 짐작하는 일상생활 행동 능력을 보니, 외출과 교류 둘 다 하는 그룹 A가 가장 좋았다. 홀로 외출파와 방콕 교류파를 놓고 봤을 때는 홀로족이 A그룹보다 행동 능력 감소폭이 두 배 높았다. 교류족은 1.6배 정도였다. 작은 차이지만, 교류파가 홀로파보다 그나마 낫다는 의미다.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외출과 교류, 모두 다 하는 쪽이었다.
그 안에서 재미난 특징이 나타났다. 홀로 외출파는 대개 남자였고, 방콕 교류파는 대부분 여자였다. 즉 남자는 외로이 등산을 다니고, 여자는 집에 머물며 수다를 떤다는 얘기다. 따라서 남성은 나이 들어 타인과 교류·교제에 더 힘써야 하고, 여성은 외출 횟수를 늘려야 더 나은 건강을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고령자에게 신체와 정신을 건강하게 이끄는 요인을 강력한 순서대로 매긴 연구를 보면, 노동이 최고로 높다고 한다. 외출과 교류 효과와 같은 맥락이다. 그다음이 자원봉사이고, 이어서 자기 계발이나 취미·학습 활동, 친구 만남, 집 주변 동네 사람 만나기, 경로당 다니기, 의원 같은 곳에서 물리치료 받기 순이다. 사회 참여 강도가 클수록 몸을 튼튼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상호작용이어서 일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65세 이상 고령자를 추적 관찰한 일본 연구에서, 정년퇴직하고 쉬던 사람은 퇴직하고도 전업이건 부업이건 일 나가는 동년배보다 건강이 나빠졌다. 퇴직 후 첫 2년 후에는 인지 기능 감소 등 정신 건강이 영향을 받고, 4년 후에는 일상생활 행동 능력이 떨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 후반기로 갈수록 소속된 단체나 정기 친교 모임, 종교 활동, 봉사 건수가 늘수록 신체와 정신 건강이 좋아지는 것으로 나온다. 다만 체력과 재정 수준을 넘어서는 활동은 되레 건강을 흔들고 노년을 지치게 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결국 노인건강 연구소는 바로 외출과 약속 건수가 그 사람의 건강 척도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나와 관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선한 마음과 행실로 좋은 관계를 쌓아야 하며 돈과 시간과 말의 약속을 잘 지켜 다른 사람들에게 신망의 관계를 견고하게 높여가야 한다. 잠언서의 ‘심은 대로 거둔다’라는 지혜의 교훈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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