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상큼한 봄입니다. 4월이 되니 지리산이 가까운 이곳 한남마을에도 꽃샘 추위가 물러나고 완연한 봄이 다가온 듯 싶네요. 야산과 들에는 봄을 알리듯 파릇한 새싹이 돋아나고 있고, 머위와 쑥 등 맛난 봄나물을 채취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입니다.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심어왔던 우리집 과일나무에서는 예쁜 꽃들이 활짝 피고, 길가의 벚꽃들도 만발하고 있네요. 며칠 전 과천 경마장 특판 행사장에서는 겨울이 다시 찾아온 듯 갑작스런 우박이 내려 두꺼운 외투를 입고서도 주머니에 핫팩을 두 개씩 넣고 있었는데 불과 며칠만에 따스한 봄 아지랑이가 사람을 졸립게 만들 정도랍니다. 해마다 느끼는 마음이지만 봄이 되면 따스함이 좋고, 봄나물이 좋고, 뭔가 새로운 시작인 듯 하여 좋네요. 겨울동안 얼어 있던 땅을 뚫고 새싹이 돋아나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자연의 생동감과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아서 그래서 봄이 더욱 좋게 느껴지는가 봅니다. 마을 앞을 시원하게 흐르는 엄천강에는 이른 아침이면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강물사이로 수달이 노니는 모습도 볼 수 있고, 원앙이 노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답니다. 따스한 햇살과 봄꽃이 만발하면서 지리산을 찾는 관광차와 봄나들이객을 보게 되는데요. 저희 동내에서도 봄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는데 산골에 살다보니 보통 바다로 많이 가는 것 같더라고요.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모시고 떠나는 여행은 또 다른 삶의 힐링이 된답니다. 꽃구경, 바다구경, 맛난 음식들. 그리고 마을 발전을 위해 선도적 마을을 견학하는 과정들은 색다른 공부와 경험도 되니 이것이 ‘일석이조’ 아닐까요? 하룻동안 농사일을 잠시 쉬면서 마을분들이 한데 어우러져 재미난 이야기도 하고, 음식도 나눠먹고, 화합도 하면서 관광차를 타고 여행을 하는 것은 언제 해봐도 좋네요. 저의 고향 네팔 신두발촉과 이곳 지리산 함양의 지리적 환경은 많이 닮았답니다. 험난하고 수려한 산세가 비슷하고, 맑은 강물이 비슷하고, 들판의 다락논과 농사일을 하는 시골 풍경이 비슷하지요. 다만 네팔에서는 소를 이용한 논갈이를 하고, 사람 손으로 괭이와 호미를 이용해서 농사일을 하고, 한국에서는 기계를 이용하는 차이가 있겠네요. 네팔에도 한국처럼 관리기 한 대 정도 있으면 농사일이 얼마나 편리할까 가끔씩 생각해 본답니다. 한국에도 농촌에는 젊은 사람 구경하기가 쉽지 않고, 특히 아이들은 거의 없는 마을이 많은 것 같은데 지금의 네팔 시골에도 젊은 사람 구경하기는 쉽지 않답니다. 모두들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떠나거나 외국으로 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사람이 먹고 사는 게 중요하지만 여가를 보낼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한 것 같아요. 시골은 맑은 공기 수려한 경치 등 모두 좋은데 다만 아쉽다면 저희집 9세, 5세 두 아이의 친구가 귀하다보니 아이들이 같이 놀 친구가 없고, 저와 같은 처지의 결혼 이주 여성들도 마을마다 친구가 없다보니 그런 게 조금 아쉽답니다. 사람이 찾아오는 곳~ 머물고 싶은 곳~ 꼭 한번 가고싶은 곳~ 사람이 살러오는 곳~ 그런 지리산의 산골 마을을 꿈꾸어 봅니다. 수달과 원앙이 살고, 피라미와 각종 민물고기가 사는 맑은 강, 진달래꽃과 철쭉으로 붉게 물들어 가는 지리산의 아름다운 봄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보았으면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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