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책과 스승의 가치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어떤 책과 어떤 스승을 만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관이 바뀔 수도 있다. 필자도 호기심으로 펼쳤던 책 한 권으로 인하여 동양학의 세계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고, 이전과는 다른 인생을 살기 시작하였다. 물론 그 이면에는 뭔가 알 수 없지만 이번 생의 나의 타고난 천성(사주팔자)과도 인연의 끈이 있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일단 나의 인생에서는 책과 스승의 영향력이 너무나 강력했기에 그러한 가치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필자가 보기에 동양학 관련 분야의 책을 ‘음식’에 비유한다면 맛나게 느껴지는 인스턴트식품이나 자극적인 음식이 아니라 영양가는 풍부하지만 현대인의 입에는 먹을 게 별로 없어 보이거나 입맛에 길들이기 다소 어려운 ‘담담한 자연식’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이 정말 맛있게 먹은 음식은 버릴게 없이 남김없이 다 먹기도 하고 다음에 또 먹고 싶어진다. 그런데 요즈음은 눈과 귀를 자극하지만 ‘영양가는 별로 없는 음식’ 같은 책들(일부는 베스트셀러에도 있음)이 넘쳐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마디로 읽는 순간에는 재미가 있지만 읽고 난후 시간이 지나면 별로 남는 게 없다. 반면에 몇몇 깨어있는 출판사에서는 모 프로의 ‘착한 식당’처럼 담담한 자연식 같은 책을 꾸준히 출판하고 있다. 이러한 책들은 자연식이란 말 그대로 일단 처음에는 입에 길들이기 어렵지만 꾸준히 먹다 보면 그 은은하고 깊은 맛과 영양에 푹 빠지게 되어 다시 찾게 된다. 결국 정말 훌륭한 음식의 진가를 아는 사람은 맛있게 먹으면서도 다음에 또 찾게 되듯이 정말 훌륭한 책은 버릴게 없는 내용들로 가득하며,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봤을 때 또 새롭게 얻어지는 게 있다. 다행히 필자도 이러한 매력적인 책들을 일부 소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만날 것이며, 훗날 직접 이러한 책 한 권이라도 쓸 수 있다면 아마 가장 가슴 뛰는 일 중에 하나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스승이란 ‘정글의 법칙’이라는 방송에 나오는 김병만 족장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방송을 보면 그 울창한 정글에 길을 내기 위해 먼저 김병만 족장이 위험을 무릅쓰고 앞장서서 수풀을 헤치고 나아간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부족원들이 안심하고 뒤따라가는 장면을 보는데, 스승이란 어떠한 학문을 먼저 시작한 선생先生으로서 다양한 서적들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안전하고 빠른 지름길을 제시하고, 나아가 취해야 할 정보와 버려야 할 정보를 올바르게 선택할 수 있게 하는 필터링의 역할까지 해줄 수 있는 학문의 족장인 것이다. 훌륭한 스승이 훌륭한 책보다 더 나은 점이 바로 이것이다. 그 결과 그 스승에게 배우는 사람들은 먼저 닦아놓은 길에서 그만큼 좀 더 수월하게 이해하며 전진할 수가 있는 것이다. 대신에 사람의 수명은 정해져 있는 바, 그 스승이 생전에 닦아놓은 그 길에서만 그치지 말고, 아직 닦여지지 않은 그 다음 길을 계속 헤쳐 나가는 후학이 나오는 것이 그 스승이 만들어 놓은 것에 대한 가장 큰 보답이지 않을까 싶다. 필자 또한 훌륭한 스승이 먼저 닦아 놓은 길을 통해 편하게 계속 걸어 왔으며, 이제는 그 스승이 못 다한 새로운 길을 직접 헤쳐 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훗날 어느 후배님이 나의 부족한 글을 통해 한 가지라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나에겐 큰 축복이 아닐까 한다. 그래도 이번 생을 마감하기 전에 뭐라도 하나 남겼으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어느 암자로 가는 길에 한눈에 들어오도록 크게 새겨진 글귀 하나를 소개하면서 이 글을 끝낼까 한다. 이 글귀는 필자 개인적으로도 주변사람들에게 즐겨 쓰는데 바로 ‘공부하다 죽어라’이다. 이는 어느 교장선생의 “하늘이 부를 때까지 공부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니 사람은 평생을 공부해야 한다는 의미를 되새기는 말로, 지금 모든 대학교마다 개설되어 있는 ‘평생교육원’의 설립취지를 가장 잘 표현한 글귀이지 아닐까 싶다. 배우고 싶은 것은 거의 모두 다 배울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진 황금시대가 지금 도래하였으니 아무쪼록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남은 생의 시공간을 의미 있게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삶의 강력한 터닝포인트가 되는 훌륭한 책과 훌륭한 스승을 이 글을 읽는 모두가 만나기를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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