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 갑자기 나무를 왜 다 쳐내고 있나? 이제 감 농사 그만하려고 그러나?” 감나무 전정 작업을 나름 제대로 한다고 하고 있는데, 윗 밭에 홍기 영감님이 감자 밭을 만드시다가 뭔 일이냐며 내려오셨다. “아니에요~ 이제는 나무를 손닿는 높이까지만 키우려구요. 그 위로만 자르는 겁니다” “허허~ 그래도 그렇지 이건 쫌 심한데...” “ 그런가요? 너무 자르는 건가요? ” “하모~ 나무는 사람이 아닌데 우째 손닿는 높이로만 키우려고 해~ 이렇게 쳐버리면 올해는 감이 별로 안 달려~” 각오는 했지만 막상 올해는 별로 안 달릴 거라는 말을 듣고나니 아차~싶었다. 정말 그리된다면 올 겨울에 깎을 감의 상당 부분을 이웃농가에서 구해야 된다는 말인데, 올해도 지난해처럼 작황이 안 좋아 감 값이 청정부지로 뛰면 낭패다. 근래 이상 기후로 과수 농사는 예측이 어렵게 되었다. 지난봄엔 꽃이 필 무렵 냉해를 입는 바람에 전국적으로 감(사과, 배 등 대부분의 과수와 함께) 작황이 안 좋았다. 그래서 곶감농가에서 감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었는데 나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보통 감이 부족하면 이웃 농가에서 구입하거나 지리산 주변 농가에서 조달하는데 작년에는 그것마저 여의치 않아 공판장까지 가야했다. 공판장은 첨이라 좀 신경이 쓰였지만 내 밭에서 나오는 것과 이웃농가에서 가져오는 것이랑 별 다를 건 없었다. 가격도 품질도 별 차이가 없었는데 오히려 크기별로 선별이 잘 되어있고, 감을 실어올 때까지 조합 저온창고에 일정기간 보관도 해주었기 때문에 만족스러웠다. 나를 대신해서 감을 낙찰 받아준 남부공판장의 중매인 나사장은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었고 노련했다. 말이 좀 앞서고 뻥이 좀 세기는 했다. 하지만 남다른 친화력이 있어 중요한 약속을 계속 어겼는데도 밉다는 생각은커녕 허허 웃음이 나오게 만들었다. 미국의 트럼프씨 못지않게 재밌는 사람이었다. 지난 해 내가 공판장에서 구입한 감은 700박스였다. 낙찰을 받으면 나는 즉시 중매인에게 대금을 지급했고 물건은 일단 조합 저온창고에 보관했다가 내가 트럭으로 한차씩 착착 실어왔다. 감을 실으러 갈 때마다 중매인 나사장은 감을 낙찰 받고 난 뒤 시세가 많이 올라 내가 큰 이익을 봤다며 기뻐해주었다(생색을 내었다). 그러면 나도 활짝 웃으며 덕분이라고 치하했다. 모든 게 만족스럽고 순조로웠다. 마지막으로 감을 실으러 갔을 때 70박스가 부족했던 것만 제외하고. 공판장에 감출하가 끝날 무렵에는 공급부족으로 가격이 많이 올라있었다. 아니 물량이 아예 없었다. 그러다보니 미국의 트럼프씨 못지않게 계산이 빠른 중매인이 약간의 융통성을 발휘한 모양이었다. 30박스는 감이 너무 물러서 홍시용으로 긴급하게(?) 처분을 했고, 40박스는 착오가 있었다는데 그 착오를 추적하는데 시간이 두어 달 소요되었다. 원장을 대조하면 쉬운 일인데 나사장은 원인을 밝히기 위해 뇌의 기억에 의존하는 어려운 방법을 사용하여 추적했다. 하지만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자 퉁쳐서 주고받기로 합의했고, 실제로 실행까지 두어 달 시간이 또 소요되었다. 얼마 전 결렬된 북미2차 정상회담도 이렇게 퉁쳐서 주고받았더라면 늦게라도 성공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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