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오는 3월13일 치러진다. 조합장 선거를 둘러싸고 금품이 오가는 등 부작용이 심각해지면서 혼탁을 넘어 불법이 판을 치고 있다. 암암리에 아니 공공연하게 돈 봉투가 건네지고 있다. 봉투에 든 금액도 선거를 거듭하면서 더 커지고 있다고 한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선거를 실시하고 있지만 불법행위가 가시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농촌에서 농협을 비롯한 협동조합은 경제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농촌경제가 어려움에 처해있는 작금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조합장 선거는 갈수록 ‘깜깜이’가 되어 가고 있다. 온갖 종류의 불법이 난무하고 있다. 가히 불법선거의 백화점이라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금품선거, 향응선거, 편법선거, 범법선거, 비방선거, 음해선거, 폭력선거, 부정선거 등 공정한 선거판에서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들이 상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법 위반은 선거전이 본격화하면서 치열해져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선관위가 ‘돈 선거’ 등 불법행위 신고 포상금을 기존 최고 1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높였고 금품이나 음식물 등을 제공받는 자에게 최고 50배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력 대처하고 있지만 후보자들의 탈·불법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조합장 선거전이 치열한 것은 조합장에게 주어지는 권한과 혜택이 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조합장은 단위 농협의 최고경영자로 임직원의 인사권과 경제 사업권, 대출한도 조정, 예산 재량권, 파산 신청권, 농산물 판매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여기에 조합의 복지사업을 주관하고 조합원 경조사, 자녀 장학금 등에도 관여한다.
조합장의 연봉이 높은데다 여기에 매달 주어지는 업무추진비와 차량제공 등을 포함하면 혜택은 더 늘어난다. 일부 조합장의 경우 연봉과 각종 혜택이 군수보다도 많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이와 같이 조합장이 되면 신분 상승과 함께 경제적 여유까지 보장되다보니 출마자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득표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조합장의 권한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조합장에게 주는 권한과 혜택만큼 이를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대체 왜 그럴까? 우선 유권자가 조합원으로 특정되어 있어 금품선거를 비롯한 불법선거가 비교적 용이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유권자들이 자신의 ‘깨끗한 한 표가 가장 확실한 출자’라는 생각을 미처 못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금품과 향응을 후보자들에게 먼저 요구하는 일도 비일비재라 하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다른 기관도 아닌 지역사회의 협동조합이 ‘협동의 조합’이 아니라 ‘이간과 불법의 조합’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이는 협동조합의 기본 정신을 완전히 저버리는 것이다.
차제에 선거법도 바뀌어야 한다. 조합장선거는 다른 공직선거와 달리 선거운동을 사실상 후보자 혼자만이 할 수 있다. 선거운동원은커녕 심지어 배우자 선거운동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또한 조합원의 가정조차도 직접 방문할 수 없다. 도대체 어떻게 선거운동을 하라는 것인가? 아무리 선거구역이 크지 않고 조합원이 많지 않다 하더라도, 불과 13일간의 선거운동기간동안 후보자가 자신을 제대로 알리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제일 손쉽고 ‘효과 있는’ 돈 봉투 돌리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또한 유권자 입장에서도 현행 선거제도가 지나치게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형식이어서, 후보자들을 재대로 살펴볼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큰 문제점은 선거가 현직 조합장에게 절대 유리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현직 조합장이야 다양한 행사와 경로를 통해 자신을 얼마든지 알릴 수 있지만, 신규 후보자는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다고 봐야 한다. 후보자 초청토론회조차도 없으니 대체 어디서 자신을 제대로 알릴 수 있을 것인가? 현재의 조합장선거 방식으로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 자체가 어려운 것이다. 불법을 감수하지 않으면 자신을 알릴 방법이 없다는 것 아닌가. 공정성과 형평성에 분명히 문제가 있다.
이번 조합장 선거는 전국 1344개 조합에 3474명의 후보가 등록해 2.58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것에 비해 함양은 7개 조합에 19명의 후보가 등록해 2.71대 1의 약간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후보자 가운데 이미 문제가 되면서 스스로 출마를 포기한 경우도 있지만 현재 법적분쟁이 가시지 않고 또 지방검찰청에 사건이 송치된 가운데서 선거가 치러지는 조합도 있다.
이제는 출마 후보자 스스로가 부정과 편법선거의 감시자가 되어 청렴선거를 주도해야 한다. 조합원인 유권자들도 능력 있고 무엇보다 청렴한 후보에게 귀중한 한 표를 던져야 한다. 아니 그냥 던지지 말고 제대로 행사해야 한다. 이번에도 기존의 나쁜 관행을 버리지 않는다면 조합장 선거 또한 하나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유권자는 돈이나 향응을 받고, 당선자는 불법 선거자금 회수를 위해 비리를 저지르고, 그런 악순환을 또 되풀이할 것인가? 조합장 선거가 공정해야 조합원도 살고 함양도 산다. 이번에는 제대로 선거하자!
농협을 비롯한 우리나라 조합은 조합원을 위한 조합이라는 데 동의하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다. 이를 고치려면 조합장의 권한을 줄이고 실질적인 혜택이 조합원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탈·불법을 저질러 조합장이 되려는 풍토부터 개선해야 한다. 조합의 토대가 될 제2회 동시조합장 선거를 우리 함양은 보다 더 아름답고 깨끗하게 치룸으로써 공명선거 문화 정착과 군민의 신뢰를 받는 조합을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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