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은 함양군 실내체육관 헬스장을 들락날락거리며 지냈다. 겨울에 상림숲에서 야외산책이나 운동하는 것이 추위 때문에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건강을 지키려는 사람들이나, 건강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겨울철 실내체육관을 찾게 된다.
몇 달 다녀보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운동이라면 기겁하는 나이지만 하루 중 아무 때나 갈 수 있기에 별 어려움 없이 다닌다. 몸이 찌뿌듯하다 싶으면 슬슬 가서 이것저것 기구에 몸을 싣고 움직이다 보면 몸이 풀리고, 안 아픈 곳 없던 삭신이 삐거덕거리며 제자리를 잡아간다.
자전거 바퀴를 돌리며 운동하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운동하는데도 사람들마다 제각기 특색이 있다. 이두박근 삼두박근 근육질이 울퉁불퉁한 어느 분은 오기만 하면 무거운 쇳덩어리를 들고 씩씩거리며 씨름한다. 몸짱이다. 그 맛에 운동하러 오는 것 같다. 나 같은 사람은 이곳저곳 다니며 운동은 설렁설렁하고 마을회관에 온 듯 이 사람 만나 이 이야기, 저 사람 만나 저 이야기로 웃다가 간다. 가부좌하고 속세를 떠난 듯 명상을 하다 아름답게 요가로 마무리하는 분도 있다. 어느 분은 한 시간 내내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는데 땀이 비처럼 흘러내려 젖은 옷을 입고 있다. 내가 잠깐 한눈을 팔면 바람같이 사라져버려 안보인다. 집념이 대단하여 혀를 내두르며 나는 나의 우유부단한 성격을 반성한다. 어느 분은 뛰는 모습이 특이하여 절로 웃음이 나온다.
운동하고 나서 뜨거운 물에 샤워하는 그 맛을 나는 운동의 백미(?)로 꼽는다. 여름날의 청량음료 같다. 집에서라면 뜨거운 물을 어찌 그리 마음대로 많이 쓰겠는가. 나는 운동보다도 이 맛에 여기 온다. 같이 온 아내를 기다리기 위해 휴게실로 나와 안마의자에 앉아 마사지를 받으며 수영장을 구경하며 때로는 꾸벅꾸벅 졸기도 한다. 유리창 너머로 늘씬한 미남미녀들이 수영하고 있다. 5살 아이도 2,30대 선남선녀도 6,70세의 할머니도 시원하게 물살을 걷어차며 푸른 고래처럼 앞으로 나아간다.
함양군이 잘하고 있는 일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실내수영장과 헬스장과 축구장 운영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 달에 삼만오천원을 내면 이 즐거움을 군민 누구나 맛볼 수 있게 해준다. 대단한 성공사업이다. 경노우대라고 이만원으로 깎아주니 이거 또한 대박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다 군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기는 하지만 받은 세금을 군민의 행복을 위해 쓴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이왕이면 헬스기구를 최신형으로 바꿔주면 좋겠다.
함양군이 잘하고 있는 예를 더 말해 보라고 한다면 문화예술회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천원의 행복’이 있다. 각종 예술단체를 초빙하여 천원의 행복을 누리게 해주는 사업이야말로 정말 잘하는 일이다. 또 주말이면 최신의 인기영화를 상영하여 즐거움을 맛보게 해주는 것도 박수쳐야 할 일이다. 작은 읍 단위 마을에서 삶의 질과 풍요와 기쁨을 새삼 맛보게 해주는 문화 예술의 향유로 함양군에 사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다.
칭찬 릴레이로 함양군종합사회복지관이 운영하는 평생교육 프로그램 실시에 박수치고 싶다. 배움의 기쁨은 말할 필요가 없다. 죽을 때까지 배워도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함양군민이면 돈 한푼 내지 않고 가기만 하면 수채화도, 사진기술도, 빵만드는 기술도, 꽃꽂이도, 발리댄스도 배울 수 있다. 교양을 높이는 인문학 과목이 있었으면 더없는 천국이다.
기쁨과 즐거움과 행복은 부자만이 누리는 특권이 아니다. 천원으로, 아니 천원이 없어도 얼마든지 기쁠 수가 있고 행복할 수가 있다. 천원의 즐거움, 천원의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속에 있다. 작지만 소소한 것들의 아름다움을 갖게 해주는 함양군의 보이지 않는 노력에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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