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읽은 두 책, 케빈 켈리의 「통제불능」과 유발 하라리의 「호모데우스」가 순간순간 사고의 지평을 흔든다. 두 책 중 보다 임팩트있고 심란한 책은 유전공학과 인공지능의 진화로 인간이 신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는 「호모데우스」다. 「통제불능」 역시 태어난 것과 만들어진 것이 결합하여 새로운 생물학이 등장함으로서 과학원리가 신을 창조한다고 말하지만 「통제불능」은 과학적이고 「호모데우스」는 인문사회적이기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는 ‘우리의 오랜 신화들이 신기술과 짝을 이루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하면서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이슬람교는 유전공학을 어떻게 다룰까?/사회주의는 새롭게 부상하는 비노동계급을 어떻게 대할까?/자유주의는 빅데이터로 인한 빅브라더의 출현에 어떻게 대처할까?/실리콘밸리는 결국 새로운 기기만이 아니라 새로운 종교를 만들어내지 않을까?/컴퓨터가 직업시장에서 인간을 밀어내고 거대한 규모의 쓸모없는 계급을 만들어낼 때 복지국가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덧붙여 한반도 만큼 기술의 약속과 위험을 잘 보여주는 장소가 없다면서 남한과 북한의 완전히 다른 사회의 기술문제를 섬찟하게 비교한다. 90년대에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류에게 가져 올 재앙을 경고하며 가했던 유너보머의 테러와 선언문에도 불구하고 보란 듯이 기술은 발전하여 이제 「호모데우스」는 ‘신이 된 인간’을 이야기한다. 서문은 말미에서 ‘유전공학, 인공지능, 나노기술을 잘못 선택하면 인류 자체를 소멸하게 할 것’이며 그 선택을 어떻게 하느냐는 우리 인간에게 달렸다고 마무리했다. 인공지능 ‘알파고’ 등장 이후 교육계는 인공지능 출현으로 빚어지는 사회문제에 대한 교육을 하기보다 ‘코딩교육’을 해야 한다느니 ‘소프트웨어교육’을 한다느니 따위의 공허한 정책을 펼치던 것을 기억한다. 서울의 어느 구청에서는 강남봇을 등장시켜 인공지능로봇 채용을 자랑스럽게 발표하더니 최근 일본의 헨나호텔에서는 243대를 채용한 서비스 로봇이 오작동으로 절반 가량이 해고되었다는 기사도 등장했다. “기가지니의 출현을 고마워할 수만은 없다”는 내 말에 “참 이상한 사람’이라고 쳐다보던 어떤 사람이 생각난다. 기가지니가 얼마나 많은 편의를 도모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는 것이다. 인류의 미래에 대해 누군가는 위험을 경고하고, 누군가는 알지도 못하고, 또 누군가는 알면서도 무감각하다. 이 위험에 대한 대책은 누가 세울 것인가? 책과 영화는 정치와 교육과 행정이 간과하고 있는 문제와 위험에 대해 설명하며 사고전환을 바라지만 그들은 늘 다른 일에 열을 올린다. 이 와중에 온난화로 먹이를 잃은 북극곰 50여 마리가 민가로 내려왔다는 기사가 있었다. 과학기술이 야기하는 환경의 변화가 생태계를 교란시킬 것이라는 기사는 20여년 전에도 있었지만 대책은 없었다. 인류를 소멸에서 구할 현명한 선택은 헛된 희망인 듯 하다. 유발 하라리도, 케빈 켈리도 신이 된 인간을 이야기하고 도올마저 비의종교운동(「우린 너무 몰랐다」 통나무.)을 언급하지만 북극의 빙하가 녹아 지구의 곳곳이 해수면에 잠기는 현상은 ‘노아의 방주’를 떠올리게 한다. 노아의 후손이 쌓은 ‘바벨탑의 신화’도 종종 떠오른다. 힘이 없는 우리는 그저 지켜볼 도리 밖에 없지만 곳곳에서 노란 불이 켜지는 이때, 저편 어디선가 신이 되려는 인간들이 하루빨리 ‘진화’를 멈추기를 바란다. 신이 누구이든 인간은 그저 인간이면 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 또한 헛된 희망일 것이다. 진화에 진화를 얹어 가속의 페달을 밟는 그들의 욕망을 멈추기는 이미 늦은 때가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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