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1월15일은 정월 대보름 이지요.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1년 중 달이 가장 크고 밝게 뜨는 날이라고 하네요. 또한 풍속에서는 “집안에 등불을 켜 놓고 밤을 세운다”는 기록과 “풍년 농사를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저희 마을에서는 해마다 해 오던 달집 행사를 올해는 취소하고 대신 마을 어르신들과 동네분들이 모여 윷놀이를 하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답니다. 음식은 이장님과 부녀회에서 오곡밥과 땅콩을 비롯한 과일, 술 등을 푸짐하게 준비하셔서 함께 나눠 먹었답니다. 윷놀이는 참가비 5000원씩을 받고 팀을 나눠 상품을 걸고 하였는데 2명씩 1조가 되어 총 16개 팀이 하였답니다. 저는 아쉽게도 예선 탈락하였고 남편도 8강에서 탈락하고 말았는데요. 탈락은 하였지만 정말 재미있고 즐거운 것은 아이들처럼 집중하여 윷놀이를 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이었답니다. 윷을 던지며 즐거워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금(선)에 물려 낙이다” “아니다”라고 떼를 쓰기도 하고 같은 편 혹은 옆에서 구경하시는 분들까지 윷판을 잘못 쓴다고 서로의 주장을 고집스럽게 내세우시는 모습들. 등수가 갈리고, 시상을 하고, 탈락한분들에게는 참가상을 드리고. 8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별도의 선물을 또 드리더군요. 작은 상품이지만 모두가 즐거워하고 뒤풀이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며 모처럼 어울림의 하루였기에 특히 즐거워하시던 할머니들에게는 그야말로 재미있고, 행복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네요.부럼(견과류)을 나이만큼 깨물어 먹고, 오곡밥을 먹고, 건강과 태평과 풍년 농사를 기원한다는 대보름. 가만 생각해보니 네팔에서는 대보름 행사는 없는 것 같아요. 그러나 중국, 일본에서는 큰 명절로 중요하게 여겼다고 하고, 한국도 수세기 동안 역사와 전통이 이어지는 고유의 명절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왜 문화와 관습이 어떤 면에서는 가장 많이 닮은 듯 싶은 네팔에서는 대보름이 없는지 궁금하더라고요. 네팔에도 달이 있고, 보름달이 가장 밝은 정월15일은 분명 있는데 왜 명절로 여기는 행사는 없는 것인지... 그래서 한국 대보름의 의미는 무엇인지 꼭 알아야 할 듯 싶었답니다. 한국 온지 10년이 되도록 대보름의 진정한 의미도 모르고 그냥 동네분들이 달집 짓고, 모여서 음식 나눠 먹는 것이 전부인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대보름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배워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을 사람들끼리의 어울림에도 좀 더 가깝게 다가가는 법을 배우게 된 것 같아요. 그동안은 주방에서 설거지하고 음식 나르고 그냥 몸으로 조금 돕는 게 전부였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그 의미가 있고, 전통과 풍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동네분들과 같이 어울리면서 사람은 세대를 넘어 삶의 방식과 생각이 비슷하다는 것도 배우게 되었답니다. 즐거워할 줄 알고, 슬퍼할 줄 알며, 함께할 줄 아는 사람. 사회적 위치와 지위가 어디에 있든지 어떤 일에서건 함께 할 줄 안다면 그런 사람은 전통과 풍습에 어울리는 사람 아닐까요? TV를 보니 어느 동네에서는 “달집 지어 불태우다 사람까지 태웠다”는 뉴스가 나오더군요. 한해를 시작하는 달의 대보름. 1년이 잘되길 기원하는 대보름을 시작으로 주간함양 독자님과 함양군민 “모두의 소망이 더욱 더 가까워지는 그런 한해”가 되시길 빌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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