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SNS에 곶감 홍보 글을 포스팅 하면서 드라마 유행어를 패러디해 보았다. “고객님은 이제 유진국 무유황곶감만 전적으로 믿고 구입하셔야합니다” 재미로 한번 웃자고 한 건데 먼저 구입한 고객들이 호의적인 댓글을 달아주어 뜻밖에 반응이 좋았다. 먹거리는 일단 맛이 있어야 한다. 먼저 먹어본 고객이 맛이 없었으면 썰렁한 아재 개그라며 코로 웃었을 텐데 다양한 댓글을 달아주어 주문이 이어졌다.
천만관객을 돌파했다는 영화 <극한직업>도 패러디해서 곶감 홍보에 써 먹었다. “극한직업2탄 이거슨 꿀단진가 곶감인가? 여태까지 이런 곶감은 없었다” 역시 재미로 한번 웃어보자고 한 거지만 이번에도 먼저 구입한 고객들이 곶감이 정말 꿀단지처럼 맛있다며 호의적인 댓글로 호응하여 주문이 많이 들어왔다.
먹거리는 결국 내가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팔아주는 것이다. 나는 단지 곶감을 맛있게 만들기만 하면 고객이 홍보해주니 이제 곶감 판로 걱정은 안한다. 나는 정직하게 잘 만들기만 하면 되니 농사도 이제는 한번 해 볼만 하다.
내가 만든 곶감은 거의 SNS 친구들이 구입하는데 올해는 전문 작가 한 사람이 내 곶감을 구입하고 멋진 후기를 페북에 올려줘 이 글을 본 사람들의 주문이 또 한번 이어졌다. <명품>이란 제목으로 포스팅되었던 문학평론가 허진의 글을 아래 공유해본다.
“1. 내 페친님 중에는 곶감을 만드시면서 글도 쓰시는 분이 계시다. 어떻게 페친이 되었는지는 기억에 없고, 내가 먼저 페친 신청을 하는 일이 나는 거의 없으니 아마 이 분께서 먼저 페친 신청하신 것을 내가 받아들이면서 페이스북 친구가 되었을 것이다.
페북에 그 분께서 지리산 엄천강 근처의 어마어마하게 아름다운 풍경 사진을 올려주셔서 나는 ‘좋아요’를 착실히 누르며, 그 분께서 올려주시는 사진과 글을 잘 보고 있었는데, 작년 10월 경부터는 그 분의 본업인 곶감에 대한 글이 간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글에서였는지, 댓글에서였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그 중에서 내가 인상적으로 봤던 구절은 “제가 다른 건 몰라도 곶감은 잘 만듭니다”라는 말씀이었다. 그 구절을 보는 순간 내 머리에서 종소리가 났다(라고 쓰지만, 사실은 김이 났다. 모락모락.) “딩동댕~” “땡땡땡!”
나와 같은 업종은 아니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나에 대해 소개하거나 설명할 일이 있을 때, ‘제가 글은 잘 씁니다’ ‘제가 책은 많이 읽었습니다’ ‘제가 문학은 많이 압니다’ 이런 말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면, 도대체 어느 정도로 곶감을 잘 만드시면, 이런 말씀을 하실 수 있는지 나는 궁금하고, 질투도 약간 났다. 나와 같은 업종이 아닌 걸 내가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는지, 그 분이 다행이라고 생각하셔야 할는지는 잘 모르겠다.(우리 둘 다 다행일 수도 있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곶감의 판매 공지가 올라오면, 꼭 주문을 하리라 마음을 먹고 있었다. ... 이어집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