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가 느닷없이 마당에 낙엽을 쓸고 나서 “아~ 힘들다” 하며 흔들 그네에 털석 앉아 투덜거리니 피디가 막대 사탕을 하나 권한다. 리포터가 “나 사탕 완전 좋아해~” 하면서 입에 넣으려는 순간 지리산농부가 후다닥 나타나 “아니 여기 맛난 곶감이 있는데 사탕이 웬말이오~” 하며 곶감을 권하는 유치찬란한 시트콤을 찍었다. 물론 시청자는 재밌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 팀이 덕장에 매달린 곶감을 따 내리는 장면을 꼭 찍어야 한다는데 아직도 덕장에 곶감이 매달려 있는 농가는 없다. 곶감은 모두 내려져서 이미 포장이 되었거나 소비자 입에 들어갔거나 마지막 후숙을 위해 하우스에서 햇볕 샤워를 하고 있다. 하지만 촬영 팀이 원해서 수소문하여 아직 덕장에 곶감이 매달려있는 농가를 겨우 찾아 양해를 구하고 내가 곶감 내리며 너스레 떠는 장면을 찍었다. 곶감을 내리며 리포터에게 맛을 보라고 하나 권하니 리포터가 한입 깨물고 “우와~ 엄청 달아요~ 속이 쫀득쫀득하니 넘 맛나요~”하고 생글생글 웃는데 어찌나 연기를 잘 하는지 나는 내가 권했던 아직 떫은맛이 남아있는 그 곶감이 정말 맛이 다 들은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뻔한 연출이지만 어쨌든 시청자는 재밌게 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 팀이 온다고 해서 곶감 라떼를 4잔 만들어 놓았는데 마침 4명이 왔다. 촬영 팀이 라떼를 맛보고 깜짝 놀라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라떼는 처음이다 어떻게 만든 거냐며 만드는 과정을 촬영해보자 대박이다 하고 제안해 주기를 살짝 기대했었는데 그냥 맛있다고 사례하는 걸로 끝났다. 나는 내가 좀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감독이 분이 난 곶감을 촬영하는 막간에 리포터가 고양이 얘기를 꺼내길래 우리집 수리 냥작 얘긴가 하고 수리가 우리 가족이 된 이야기를 해줬다. 근데 산책길에서 길냥이를 처음 만난 이야기부터 주절주절 하다 보니 고양이 얘기가 아니고 내 고향이 원래 여기였나 하고 물은 거였다. 그걸 잘못 듣고 나는 고양이 이야기를 한참 했으니 나는 내가 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드론이 하늘로 솟아올라 엄천골짝을 촬영하는데 세상에 이렇게 멋질 수가. 촬영감독이 하늘에 올라가지 않고도 높은 곳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니... 앞마당에서 스맛폰을 보며 촬영을 하는데 드론이 순식간에 엄천강으로 날아갔다가 다시 우리 집 앞마당으로 돌아오는데 너무 멋져서 나는 입이 딱 벌어졌다. 입 벌리고 놀라는 내가 좀 바보같이 보였을 것이다.
함양 고종시 곶감 축제 마지막 날 휴일 KBS ‘전국을 달린다’는 프로에서 곶감축제를 촬영하러 함양에 달려왔다. 축제 촬영을 하고 곶감 농가도 한 군데 찍는다고 우리 집으로 왔다. 그런데 촬영 팀은 우리 집 덕장에 곶감이 아직 주렁주렁 걸려있는 줄 알았다고 한다. 곶감 농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함양 곶감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촬영팀이 원하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협조하고 노력했다. 나는 비록 바보처럼 보일 지라도 시청자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주고 더불어 함양 곶감도 쪼매 홍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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