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이 어디 갔을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 여기 있었는데 말이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야.그건 누가 훔쳐갈 수도 없는 건데, 내가 실수로 떨어뜨릴 수도 없는 건데, 나에게 우째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체통을 중시하는 냥작이라 겉으로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백컨데 속으로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쥐가 훔쳐갔을까? 아니 그럴 리는 없지.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하며 방울을 달지 못해 안달이라는데, 멀쩡하게 잘 달려있는 고양이의 방울을 도대체 왜 떼어낸단 말인가? 어쨌든 점점 커지던 수컷의 자부심은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방울이 사라진 그 자리에 처음보는 까마귀 실이 한 가닥 박혀 있다. 흠흠 세상에 완전 범죄는 없는 법이야. 도둑이 내 방울을 훔쳐가면서 부주의로 남긴 흔적이 분명해. 요즘 사설 고양이 탐정이 있다는데 만일 내가 고양이 탐정에게 수사를 의뢰하면 이 까마귀 실 한 가닥에서 얻은 정보가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집사는 열흘 뒤에 이 까마귀 실을 뽑는다고 하니 그 전에는 단서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정말 오늘은 猫(묘)한 하루였다. 매일 아침에 나오는 수라상이 나오지 않았다.(내 이름이 수리라 원래 수리상인데 수라상으로 부르기도 한다.) 난 집사가 바빠서 깜박했나 싶어 냐아옹~하고 이 사실을 분명히 인지시켰다. 평소 같으면 내가 집사의 발목을 한 두 번 살짝 스치기만 해도 ‘아~네 냥작님 수라상 곧 올리겠사옵니다~’ 하고 식사를 내어왔는데, 오늘은 내가 고개를 치켜들고 세 번 네 번 냐오옹~(나 배 고프다) 까지 했는데도 들은 척도 않는 것이다. 들은 척은 커녕 ‘오늘은 저랑 거래처에 좀 다녀오셔야 겠습니다.’ 하고는 나를 이동장으로 모시는 것이었다. 나는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집사는 우직하고 고집이 세었기에 그가 정색을 하고 말을 하면 그냥 그의 충정을 믿고 나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 한 시간 가까이 차를 달려 거래처에 도착하니 개 두 마리가 와 있는데 그중 덩치 큰 녀석이 꼬리를 내리고 벌벌 떨고 있었다. 감기라도 걸려 주사를 맞는 것 같았다. 덩치가 엄청 큰 녀석이었는데도 덩치값도 못하고 깨갱흑흑 울부짖는 것을 보니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어 나는 집사의 가슴을 후다닥 파고들었다. 집사는 “냥작님 괜찮습니다~ 걱정할 거 하나도 없습니다. 금방 끝난답니다”하며 나를 안심시켰지만 나는 전혀 안심이 되지 않았다. 결국 내 차례가 되었고 발목이 잠시 따끔한 가 싶었는데 졸음이 화악 몰려왔고 그 뒤론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품을 하며 깨어보니 나는 어느새 집에 와 있었고 “냥작니임~ 고생하셨습니다. 다 잘 되었답니다” 하고 집사가 아양을 떨더니, 여태 먹어보지 못한 귀한 살코기 캔을 내밀었다. 처음으로 먹어보는 살코기였는데 정말 맛있었다. 오후 느지막한 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먹는 오늘 첫 식사였다. 배가 워낙 고팠기에 허겁지겁 맛있게 먹기는 했지만 갑자기 뒤가 허전해서 돌아보니 그것이 안 보이는 것이다. 분명 여기 있었는데 말이다. 제기랄.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150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