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고종시 곶감 축제를 하는데 곶감쥬스를 한번 내어보라고 해서 곶감도 쥬스를 만드냐고 하고 웃고 말았다. 그런데 사과 쥬스도 아니고 자몽쥬스도 아니고 곶감 쥬스라니 비록 웃고 말았지만 곶감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있는 농부로서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도대채 있기는 있는 건가 만일 그런 게 있다면 맛이 어떨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요즘 곶감이 제철이다. 구정 대목을 잡으려면 지금 포장을 웬만큼 해 놓아야 하기 때문에 매일 곶감 포장을 하고 있다. 곶감 포장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곶감을 많이 먹게 된다. 참으로 먹는 것은 아니고 곶감의 맛을 평가해가면서 담는 습관 때문이다. 물론 굳이 입으로 먹어보지 않아도 곶감의 상태만 보고 맛을 알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굳이 먹어보는 것은 괜한 걱정 때문이다. 애써 말린 곶감이 소비자에게 가서 사랑받아야 할 텐데 곱게 키운 딸 시집 보내는 부모의 심정이 되어 나도 모르게 손이 가는 것이다. 곶감은 후숙 과일이라 비록 지금 당장은 맛이 없어도 언젠가는 후속이 되어 제맛이 들게 마련이다. 내가 만든 곶감은 다들 맛있다고 하는데 비결은 간단하다. 내가 먼저 먹어보고 맛이 없으면 맛이 들 때까지 절대 팔지 않는 거다, 맛이 떨어지면 잊어버리고 있다가 언젠가 제 맛이 들면 파는 것이다.힘들고 바빴던 하루 일이 끝나고 밤늦은 시간에 다시 곶감쥬스 생각이 났다. 잠 잘 시간이 다 되었지만 하루 일과가 힘들어서인지 입이 궁금하기도 한 차에 마침 곶감 쥬스 생각이 난 것이다. 나는 궁금한 건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다시 덕장으로 가서 곶감을 가져와 소위 곶감쥬스라는 걸 후다닥 만들어보았다. 하지만 입이 궁금해서였지 맛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말랑말랑한 대봉곶감 100그람이 넘는 왕특을 하나 가져와 씨 발려내고 믹서기에 우유를 조금 섞어 갈았다. 그리고 우유를 좀 더 타서 잘 저어주니 곶감쥬스가 뚝딱 만들어졌다. 크기는 하지만 때깔이 거믓해져서 지퍼백에 막 담아 저렴하게 파는 대봉곶감이었는데 쥬스를 만드니 아이보리 때깔이 곱다. 한입 먹어보았는데 세상에~ 이럴 수가~엄청 맛있다. 기대를 하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완전 맛의 신세계다. 사양하는 아내에게 억지로 맛을 보여주니 깜짝 놀라며 아침에 매일 먹고 싶다고 한다. 우리 가족은 아침에 밥을 먹지 않고 쥬스 한잔에 빵 한 조각, 과일 조금 먹는 걸로 아침을 때우는데 사실 그동안 매일 먹던 아로니아 쥬스가 살짝 물렸던 참이었다. 맛이 제대로 든 말랑한 대봉곶감으로 만들기는 했지만 뜻밖의 새로운 맛에 기분이 좋아졌다. 아니면 말고 하는 마음으로 그냥 해 본 건데 결과가 좋다. 앞으로 손님이 오면 곶감만 내어놓을 게 아니라 곶감 쥬스를 내어야겠다. 우리 집은 곶감 집이라 손님이 오면 항상 곶감을 내게 되는데 가끔 오는 손님은 상관없지만 자주 오는 손님에게는 매번 곶감만 내면 식상할 것이다. 하지만 곶감 쥬스는 다들 처음일 테고 일단 한번 먹으면 혹할 것이다. 곶감은 냉동에서 일 년 이상 저장이 되니 여름에 쥬스 만들어 얼음 띄워 먹으면 더 맛있을 것이다. 대봉곶감 쥬스는 별 다섯 개고 고종시 곶감 쥬스는 별이 몇 개가 될지 한번 해봐야겠다. 과일 쥬스는 재료가 그대로 맛이 되는 거라 고종시 쥬스도 대봉 쥬스 못지않게 맛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고종시 곶감은 맛이 특별하니 혹 입 안에 은하수가 쏟아지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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