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선수야, 왜 그렇게 공을 차. 그러다 크게 부상이라도 당하면 선수생명 끝이야. 본인뿐 아니라 상대선수도 보호할 줄 알아야지. 파울을 당한 상대 선수가 우리 선수한테 보복이라도 하면 너나 다른 동료들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단 말이야. 선수가 감정을 컨트롤할 줄도 알아야지.”
거제고등학교 축구팀을 정상에 올려놓은 송재규(55) 감독이 1월17일 오후 함양제일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경기도 골클럽팀과 스토브리그를 막 끝낸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곧바로 매서운 질책이 이어졌다. 송 감독은 “스포츠는 결과로 말한다고 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그는 선수들에게 정정당당한 승부를 요구한다.
송 감독은 경기 내내 매의 눈으로 선수들을 지도했다. “패스를 넣어주면 돌아 뛰어야지. 패스할 공간을 만들어. 좋아 좋아. 뭐하는 거야, 그건 아니지. 드리볼이 너무 길다, 끌지 말고 빨리 빨리 패스해.” 간결하면서도 단호한 어조와 손짓으로 그라운드를 호령한다.
송 감독은 1965년 함양읍에서 태어났다. 부모님과 3남2녀 중 송 감독을 제외한 다른 형제들은 모두 함양에 살고 있다. 그는 위성초와 안의중을 거쳐 축구명문 거제고와 아주대를 졸업했다. 하지만 대학교를 졸업한 뒤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일찍이 지도자의 길을 선택했다. 정용환 축구교실과 진해 덕산초등학교에서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1997년 거제 연초중학교 감독으로 부임한 뒤 2009년 모교인 거제고 감독으로 스카우트 됐다. 4강과 준우승의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거제고를 11년 만에 다시 고교 정상에 올려놓았다. 그의 지도력과 선수들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거제고 감독 부임 8년째였던 지난 2016년 추계고등연맹전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이다. 4년전 결승전에 5대1로 대패했던 고교 최강 언남고와 다시 맞붙어 2대1로 설욕하고 당당하게 우승컵을 차지했다. 덕분에 최우수 감독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송 감독은 선수시절 포지션은 미드필드다. 그래서 한때 미드필드의 역할을 중시하며 미드필축구에 치중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체 경기인 축구는 어느 특정 포지션만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을 체득했다. 그래서 어느 포지션 하나 소홀함이 없다. 2016년 우승 당시도 탄탄한 수비의 조직력과 많지 않은 기회를 골로 성공시킨 실리축구로 결실을 맺었다. 실력의 차이는 있지만 고교선수들은 프로가 아닌 만큼 골고루 기회를 주겠다는 게 송 감독의 생각이다. 물론 성적을 내야하는 중요한 경기에는 주전 위주로 선발을 꾸리지만 그렇지 않은 경기에는 가능한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그는 “항상 기본에 충실하고 초심을 잃지 말아야한다”는 것이 자신의 인생철학이자 축구지도자로서의 철학이라고 했다. “건축물도 기초가 부실하면 무너지기 마련인 것처럼 무엇이든 기본에 충실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초심을 유지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초심을 잃지 말아야 어떤 목표든 달성할 수 있다. 축구선수든 아니든 배우는 학생들은 실력이 좀 늘었다고 으스대거나 거만해지면 그 때부터 퇴보하기 시작한다”며 늘 초심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매년 겨울방학과 여름방학이면 선수들을 이끌고 함양을 찾는다. 거제 연초중학교 감독을 하면서 부터다. 벌써 20년째다. 이번 겨울에도 어김없이 함양을 찾았다. 머무는 기간은 7일 정도로 길지 않지만 국내 명문 고교팀인 거제고가 함양에서 동계훈련을 겸한 스토브리그를 펼침으로써 거제고와 경기를 갖고자하는 팀들이 함양을 속속 찾는 부대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아무래도 스포츠 종목은 다른 분야에 비해 선후배 등 인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제가 어느 정도 나이도 있고 거제고 축구부 1회 출신인데다 대학 축구 명문으로 꼽히는 아주대를 졸업해 전국에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후배들이 제법 많습니다. 후배들에게 훈련지로 함양을 적극 추천하죠. 그렇게 해서 좋은 팀들과 같이 시합도 하고 하면 선수들 실력향상에도 도움이 됩니다. 고향이라서가 아니라 함양이 훈련지로도 매력이 있습니다. 군 축구협회에서도 많이 신경 써주고 제 나름대로는 함양을 많이 홍보하고 있는데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송재규 감독은 “중‧고등학교 감독으로서는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한다”면서 “거제고 감독은 후배에게 물려주고 기회가 된다면 대학팀이나 성인팀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다. 송 감독의 바램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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