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로 1990년대를 주름잡았던 하석주(52) 감독도 대학축구 명문인 아주대 축구팀을 이끌고 1월17일 고향 함양을 찾아 2019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5년 전 동계훈련에 이어 두 번째다. 하 감독은 올해부터는 매년 동계훈련을 함양에서 하기로 군축구협회와 약속했다.
함양읍 죽곡에서 태어난 하 감독은 어린 시절 서울로 이사해 숭곡초등학교, 경신중학교, 광운전자공업고등학교, 아주대학교를 졸업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한 하 감독은 날카롭고 정교한 왼발킥으로 현역시절 ‘왼발의 달인’으로 불렸다.
아주대를 졸업한 그는 1990년 대우로얄즈에 입단해 1991년 K리그 우승 등의 주인공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1997년 5월3일 안양 LG치타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K리그 통산 16번째로 20-20클럽(20골, 20 도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듬해 일본으로 건너가 J리그 세레소오사카에서 한 시즌을 보낸 뒤 비셀 고베로 이적했다. 3시즌을 일본리그에서 활약한 그는 2001년 국내로 복귀, 포항 스틸러스에서 공격성향의 왼쪽 미드필드로 활약하며 2003 시즌을 끝내고 은퇴했다.
그는 은퇴 후 포항 스틸러스 코치로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경남 FC 코치, 전남 드래곤즈 수석코치 등으로 활약하다 지난 2011년 모교 아주대학교 축구팀 지휘봉을 잡았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전남 드래곤즈 감독으로 프로축구팀을 이끌기도 했다. 자녀(3남) 양육 등에 고생하는 아내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프로팀 감독직을 고사하고 2015년부터 다시 모교 아주대로 돌아와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다.
함양 출신 축구 국가대표 1호인 하 감독은 실력만큼이나 국가대표 경력도 화려하다. 1991년부터 2001년까지 11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았다.
1994년과 1998년 FIFA 월드컵에 연속 출전해 기량을 과시했다. 개인통산 두번째 월드컵이었던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은 그에게 잊을 수 없다. 예선 1차전 멕시코전에서 왼발의 달인답게 프리킥으로 멕시코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골은 대한민국 대표팀 최초의 월드컵 선제골이라는 기록으로 축구사의 한 획을 그었다. 하지만 불과 몇분 후 백태클로 퇴장당하는 흑역사도 함께 기록했다.
하 감독은 “백태클을 하면 퇴장 시킨다는 규정이 처음 적용됐는데 규정이 바뀐 사실을 몰랐었다”며 “경기 규정에 대한 정보가 어두워 벌어진 일이다”고 했다. “프랑스 월드컵은 개인적으로도 천당과 지옥을 오간 경기였다”며 “시간이 많이 흘러 이제는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지만 경기마저 역전패하는 바람에 정말 괴로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선수생활도, 지도자 생활도 더욱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하석주 감독은 월드컵 대표 외에도 1996년 하계올림픽 및 AFC 아시안컵 대표, 2000년 AFC 아시안컵 대표, 2001년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표 등으로 출전해 국위를 선양했다.
개인 및 팀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아주대 재학시절인 1989년 전국 대학 봄철선수권대회에서 MVP를 수상한데 이어 다음해 열린 전국종합선수권대회에서도 MVP를 연거푸 수상했다. 이후 대통령배 국제축구대회 MVP(1992년), 1996년 K리그 베스트 11 선정, 1997년 코리아컵 국제축구대회 MVP 등 수많은 수상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아주대학 감독을 맡은 후에도 전국 대회에서 잇달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등 지도자로서의 면모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하 감독은 선수들에게 ‘인성’을 강조한다. 축구 실력에 앞서 예의범절과 도덕성을 갖추는 게 먼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아주대를 졸업했거나 재학 중인 함양 출신 선수들이 제법 있다. 올해 신입생 중에도 함양출신 선수가 한명 입학했다”며 “저를 뛰어 넘는 후배 축구선수들이 고향에서 많이 배출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 감독은 “20~25개 팀이 같은 시기에 훈련할 수 있는 축구장이 갖춰진다면 보다 많은 팀들이 함양을 찾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전국대회까지 유치할 수 있다”면서 “현재 함양에는 추가로 3면의 축구장 조성공사가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축구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를 환영했다. 그는 “전국의 많은 팀들이 함양을 전지훈련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함양출신 축구인들이 의기투합하고 있다”면서 “고향 경제 활성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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