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우리나라와 비슷합니다. 일제의 침략과 수탈에 이어 동족상쟁과 분단을 겪었고, 전쟁의 위협 속에서 대단한 경제성장을 이루었지만 젊은이들은 취업이 어렵고 반면에 임금은 낮고 집값은 비싸서 그래서 결혼하기 어렵고, 정치, 정부, 사회에 대한 불만도 많습니다.
그래서 대만의 젊은이들은 ‘귀도’라고 자기나라를 비하하고 자신들을 귀도에 사는 ‘딸기족’이라고 부릅니다. 鬼島(귀도)란 말 그대로 ‘귀신이 사는 섬’이라는 뜻인데 딸기족은 작은 충격에도 회생할 수 없을 정도로 쉽게 뭉개지는 딸기 같은 세대라는 비참한 말입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3포세대’라고 자조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2005년경 혐한성향의 일본네티즌들이 한국을 “살기 힘들고 지옥 같은 나라”라며 비하하던 말 ‘헬조센’이 역수입되어 2010년 당시 정치, 경제적으로 좌절하던 청년세대가 공감하면서 ‘헬조선’이라는 internet meme으로 등장하여 커다란 사회적 파장이 일어났습니다.
파열음이 나면 변화가 있게 마련이어서 ‘촛불’이라는 대변혁이 일어났지만 여전히 아쉬운 것은 헬조선과 흙수저, 금수저 담론의 중심에 선 한국 청년들은 정당, 정치를 통한 사회변화에 소극적이고 무기력하며, 기성세대도 현실정치에서 청년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작년 7월경 카이스트 이모교수의 “젊은이들에게 가슴에서 호소합니다”라는 ‘사이다발언’이 어른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동영상도 보고 글로 읽어도 사이다는 커녕 답답하기만 합니다.
가슴에서 호소한다는 제목과는 달리 “헬조선이라고 빈정거리지 마라. 부모세대야 말로 전부 울고 싶은 심정일 것”이라 전제하고 “고맙고 미안해해야 하거늘, 앞 세대의 성취와 피땀을 그렇게 부정하고 폄하하고도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지 않나?”라고 질책하며 “당신들의 그 빈정거림과 무지에 화가 나고 그 유약함과 철없음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다”며 단순한 메시지를 반복하는 선전포고 같아서 “이건 갑질이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헬조선’이라는 철지난 인터넷밈을 소환하여 나름대로 fact폭격을 하는데 안타까움과 충정의 표현이라 하기에는 팩트자체도 과장되고 표현이 격하여 아마 이교수도 청년들의 감동과 반성을 기대하지는 않았을 터이고, 평소 이교수의 정치적 편향성을 감안해 보면 어른들에게 호소하여 세대 간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이 들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스핑크스 비문에도 “요새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라고 새겨져 있을 정도로 어른들은 젊은이들을 못마땅해 하기 마련이지만, 도대체 어떤 젊은이들이 무슨 이유로 아버지 세대를 그렇게 폄하하고 조롱한다고 단언하는지 궁금합니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화가 머리끝 까지 날 정도로” 유약하고 철이 없지도 않으며, 아버지세대가 가졌던 기회를 부러워하고 그 성취를 존중합니다. 제 주변의 청년들이 그러하고 아마도 이교수의 자녀나 많은 제자들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취업이 어렵고 집값은 비싸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작금의 세태에는 아버지세대의 책임도 있습니다.
meme은 인터넷 시대를 살고 있는 네티즌들의 유머입니다. ‘헬조선’은 과장된 슬픈 유머입니다. 어떤 권위도 권력도 필요 없고, 누가 만들었든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요소가 있어 인구에 회자되고 많은 사람들을 웃고 울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요?
‘헬조선’이 인터넷을 달구기 시작하던 2010년 서울대 김난도교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을 통해 힘겨워 하는 젊은이들을 위로하고 소통했습니다. 이교수에게 一讀(일독)하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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